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연일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처음 들어선 사장실도 제법 후덥지근했다. 20일 양두봉 콜맨코리아 사장은 소탈한 옷차림에 미소를 띠며 기자를 반겼다. 사장실 내부는 캠핑 용품이 여기저기 전시돼 있었다. 양 사장의 무거운 책임감과 동시에 그의 프로페셔널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양 사장은 과거 아웃도어 브랜드 시장에 오래 몸을 담았다. 이 때문에 국내 패션과 여가에 관련된 흐름에는 제법 잔뼈가 굵은 편이다. 그는 아웃도어 시장의 부침과 함께 흥망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캠핑시장에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은 캠핑에 관해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행을 따르고 단기적 매출에만 집착하는 형태의 사업은 이제 지양해야할 시기라는 것이다. 또 캠핑 문화에 대해서도 되돌아 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콜맨이라는 브랜드의 우직함과 장인정신은 양 사장의 주장과 잘 어울렸다.
◆ 캠핑제품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야
캠핑브랜드 콜맨코리아의 성장은 한국 경제의 흐름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캠핑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일정수준 이상의 경제소득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2000년대 초 경제위기를 극복하며 재기의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콜맨은 2001년 한국에 처음 발을 들였다. 당시 콜맨은 정식 법인 형태가 아니라 수입업체를 통해 제품을 유통하는 형태로 사업을 운영했다. 시간이 지나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콜맨은 2006년 3월 공식홈페이지와 압구정동 직영매장을 동시에 오픈하며 법인으로 등록했다. 본격적인 국내 활동을 시작된 셈이다.
양 사장은 2005년부터 국내에서 캠핑 붐이 일어 2013년까지 캠핑 업체가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급속한 성장을 이룬 만큼 부작용도 많았다고 한다. 성장의 과정에서 지나치게 덩치만 커지고 업계 전반의 내실은 등한시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설명에는 캠핑 업계의 특수한 사정을 이해해야 한다. 양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캠핑용품은 충동구매보다는 목적구매가 자주 이뤄진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비재 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무리하게 상품을 만들어 매출을 올리면 제품의 질적 향상은 힘든 구조다.
양 사장은 “콜맨코리아의 경우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온 마니아들의 지지가 많다”며 “업계에서도 콜맨의 제품 품질은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양 사장의 주장에는 콜맨의 운영 철학이 녹아있다. 콜맨은 수많은 경쟁사들과의 차별화 조건으로 기본에 충실한 기술을 지향했다. 빠른 유행과 화려한 외관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내구성과 기능성 등 제품 본연의 기능에 더욱 집중한 것이다.
양 사장은 “콜맨 랜턴의 경우 40번 이상의 공정과 수차례 반복되는 점검을 거친 장인정신으로 완성 된다”며 “115년 동안 노하우를 쌓아온 콜맨의 제품은 어떠한 경쟁에서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콜맨의 미국 본사 공장에도 45년 이상 근속 근무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자신의 할아버지가 만든 제품을 찾을 수도 있는 등 세대를 거듭해 이어온 품질은 콜맨의 자랑거리다”고 전했다.
◆콜맨 기본은 물론, 맞춤형 마케팅까지 다각도 노력
급속한 성장을 거듭한 캠핑업계는 현재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돈이 된다는 소문에 과거 수많은 아웃도어 업체들이 캠핑 산업에 뛰어든 전력이 있다. 하지만 캠핑 시장은 결코 녹록지 않은 곳이었다. 어려움을 직접 느낀 많은 업체들이 현재는 제법 손을 땠다.
양 사장은 “지난 5~6년간 마라톤을 해야 되는데 단거리 달리기를 한 것 같다”며 “캠핑용품의 공급이 무자비하게 늘어났으나 지금은 정리되는 수순이다”고 설명했다.
과거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외주를 줘서 제품을 양산했다. 반면 콜맨의 경우 오로지 캠핑 하나만을 집중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를 살 수 있었다. 콜맨의 우직함은 100년이 넘는 역사는 물론 소비자의 충성도를 꾸준히 이끌어내는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스포츠브랜드 나이키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양 사장은 사업의 성공을 위해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세일즈와 생산 기술 모두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부 국내 업체들이 세일즈에 치중해 제대로 된 생산 기술을 갖추지 못한 상황을 아쉽게 바라봤다.
그는 회사의 전문성을 올리기 위해서 경영의 전문화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너는 줄기만 잡을 뿐 각각의 영역에서 전문가들이 제 역할을 해야 회사가 성장한다는 논리를 폈다. 양 사장은 전문경영인 시스템이 잘 갖춰진 글로벌 회사의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올바른 운영철학과 제품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콜맨에서는 다양한 행사와 마케팅도 병행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콜맨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양 사장은 “지난 2008년에는 국내 아웃도어 업계 중 최초로 야외에서 신제품 전시와 캠핑대회를 열어 캠핑장을 찾은 일반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며 “지난해에는 한국에 특화된 한국형 제품을 선보이며 사계절 환경을 더욱 고려했다”고 전했다.
최종적으로 양 사장은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캠핑문화의 구축을 꿈꿨다.
◆선진 캠핑문화 구축해야
양 사장은 최근 10년간 캠핑시장의 외형적 성장과 달리 내면적 성장의 부진함에 아쉬움을 표했다.
콜맨 역시 그 과정에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했지만 선진 캠핑문화의 전파에 관한 마지막 숙제가 남았다.
그는 “한국의 캠핑 문화는 꼭 야외에서 1박을 해야 한다든가, 먹고 마시는 데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야외에서 사색을 하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캠핑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는 당일치기 캠핑도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오전에 주로 숲이 많은 곳에 캠핑을 떠나 조용히 휴식을 취하다가 돌아오는 방식이다. 양 사장은 이러한 방식이 우리 사회의 힐링문화와도 충분히 접목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반드시 산을 가야 한다는 캠핑 문화에 대해서도 양 사장은 답답함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압축적으로 성장하며 휴식과 휴가에 대한 개념이 너무 천편일률적인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1인가구의 증가와 사람들의 의식이 성장하면서 점차 다양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양 사장은 콜맨이 최종적으로 가족 중심의 캠핑문화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나홀로 캠핑과 트래킹은 중요한 트렌드지만 캠핑의 본질이 가족의 유대감 증진에 있다고 본 것이다. 콜맨의 뚝심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사회적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고 콜맨은 기본을 중시하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을 뿐이었다.
☞양두봉 콜맨코리아 사장 약력
학력: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경력: 콜맨코리아 대표이사(2015.10-현재)
푸마코리아(2012-2013)
고어코리아(2005-2012)
나이키코리아(1993-2005)
연세대학교 미래교육원 패션경영 최고전문가 과정 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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