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 중국 최고의 그림자극 ‘루펑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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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2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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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분월 스틸 사진[루펑피영애니메이션 문화산업 유한공사 제공]


인민화보 리후이펑(李慧鵬) 기자 =최초의 카툰이고 영화의 조상이라고 불리는 ‘피영(皮影, 그림자극)’은 중국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전통극 예술이다. 광둥(廣東)성 차오산(潮汕)지역에서 성행한 루펑(陸豐)피영은 중국 3대 그림자극인 ‘차오주잉(潮州影)’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2006년 6월 국가급 무형문화재 명단에 등재됐고 2011년 11월 ‘중국 그림자극(中國皮影戲)’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6월 15일 저녁, 루펑그림자극 전통 장편극인 <항아분월(嫦娥奔月)>이 산웨이(汕尾)시 마쓰충(馬思聰)예술센터에서 초연됐다. 공연 시간 82분 동안 항아와 후예(後羿)의 변화무쌍한 스토리와 백성을 구하기 위해 영원한 이별을 선택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루펑그림자극은 근대에 이르러 거의 소멸되다시피 했지만 <항아분월>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루펑피영극단이 장편극으로 공연한 것이다.

정교한 전통예술

전통 그림자극에서는 연기자 한두 명이 극 전체의 모든 역할을 담당한다. 코를 막고 가성으로 화단(花旦, 말괄량이 여자 배역)을 연기했다가 바로 걸걸한 목소리로 정각(淨角, 용맹하거나 거칠고 간사한 남자 배역)을 연기한다. 성인군자처럼 설교를 했다가 바로 소축(小醜, 어릿광대)이 되어 말주변으로 웃음을 끌어낸다. 손과 입을 동시에 사용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잘 이룬다. 연기자는 다재다능해 노래면 노래, 악기 연주면 악기 연주 등 ‘북치고 장구치고’를 혼자서 다 한다. 노련한 노(老) 연기자는 앉아서 공연하지만 두 발은 쉬지 않고 악기를 두드린다.

현대 그림자극의 레퍼토리는 대부분 여러 사람이 협력한다. 그림자 인형들이 공중에서 교차되면서 춤을 추느라 쉴 틈이 없지만 혼란하지 않는 것이 또 다른 실력을 요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대부분의 그림자극 공연이 녹음을 사용해 전통 그림자극의 예술적인 매력이 크게 줄었다.

그림자극에 사용되는 인형과 배경은 소가죽으로 만든다. 인형 크기는 약 60cm로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피부색은 투명하며 윤곽은 생동감이 넘치고 색채와 선이 균형잡혀 있으며 관절, 손발, 눈, 입 모두 움직일 수 있다. 그림자극 인형은 조명 아래서 반투명이 되어 소맷부리의 질감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것이 바로 루펑그림자극이 다른 지역의 것과 다른 점이다. 거의 투명에 가까운 가죽 인형은 국가급 무형문화재 항목의 대표적인 계승자인 펑중(彭忠)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림자극 인형 제작[사진=루펑피영애니메이션 문화산업 유한공사 제공]


조상에게 물려받은 기술

펑중은 유명한 가죽 제작 집안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가죽 제작 기술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는 가죽 제작 공예를 계승하는 동시에 10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지금의 루펑그림자극 특유의 투명한 가죽 인형을 제작해냈다. 이 기술은 그림자극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남방 그림자극의 특징이 되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소가죽을 잘 아는 펑 씨’ 일가 직계에만 전승된다.

펑 씨 일가의 원적은 푸젠(福建)성 푸톈(莆田)으로 청나라 때 조상이 하이루펑(海陸豐, 산웨이시의 옛 이름)으로 이주해 가죽 제작업에 종사하기 시작했다. 1955년 펑중은 가죽 제작을 배우기 시작했다. 1975년 루펑현(현 루펑시, 산웨이시에 속한다)의 피영극단에 들어가 그림자극 가죽 인형을 전문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펑중이 만든 가죽 인형은 매우 투명해 가죽 인형을 통해 사람의 옷 색깔과 도안을 볼 수 있을 정도다. 1987년 극단은 해외에서 초청을 받았고 이때 루펑시 피영극단의 가죽 인형 제작 담당자였던 펑중은 투명한 가죽 인형 45개를 만들었다. 색채가 화려하고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가죽 인형은 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8년 펑중은 1차 국가급 무형문화재 항목 대표 계승자로 선정됐다.
 

무형문화재 기예 계승자인 펑중이 루펑그림자극의 가죽 인형을 만들고 있다.[사진=루펑피영애니메이션 문화산업 유한공사 제공]


되살아난 그림자극

20세기 초, 차오산지역 농촌에는 이렇다 할 오락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림자극이 큰 인기를 누렸다. 민간 극단이 해마다 200차례 이상 공연했다. 이 시기가 그림자극의 전성기였다. 1957년 루펑피영극단이 설립됐고 우수한 그림자극을 여러 편 창작해 여러 상을 받았으며 일본과 독일 등에서 초청을 받아 공연하고 전문가와 관객에게 호평을 받았다. 특히 2012년 5월 27일, 루펑피영극단은 ‘제21회 국제목우(木偶)연회대회 및 국제목우제’의 초청으로 대회에 참가해 개막식에서 <비천(飛天)>을 선보였고, 고전 레퍼토리인 <곡탑(哭塔)>으로 이 국제목우제에서 ‘최우수 전승상’을 받았다.

그러나 90년대 초 시장경제의 충격으로 루펑그림자극은 쇠퇴의 길을 걸었다. 연기자들은 생계를 위해 뿔뿔히 흩어졌고 공연 시장도 위축되어 피영극단도 유명무실해졌다.그러나 2005년 루펑시가 루펑그림자극을 국가급 무형문화재로 등재하기 위해 관련 작업을 시작하면서 노 연기자들이 속속 돌아왔다.
당시 루펑시 정부는 젊은 학생들을 모집해 예술학교에서 기본기를 배우도록 했다. 졸업 후 학생들은 극단으로 들어와 노 연기자들에게 기술전수를 받았고 이는 피영극단에 젊음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항아분월 백스테이지 작업[사진=루펑피영애니메이션 문화산업 유한공사 제공]


2010년, 루펑피영극단은 전통 기예와 현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루펑피영애니메이션 문화산업 유한공사를 설립해 그림자극과 애니메이션 분야의 출판, 그림자극 공예품 제작, 다양한 문화산업 투자를 진행했다.

2013년 말, 루펑그림자극은 홍콩 디즈니의 초청으로 홍콩 디즈니의 메인 무대에서 공연을 가졌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그림자극으로 공연해 호평을 받았다. 이 또한 그림자극과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시도였다.

2014년 2월부터 루펑피영극단은 전통 레퍼토리인 <항아분월> 리메이크 작업에 돌입했다. 삽입곡, 인물 이미지 메이킹, 제작 등 각 분야에서 혁신을 꾀하고 많은 젊은이를 양성했다. 특히 그림자극의 특징인 현장 라이브 노래를 되살려 ‘90허우(90後, 90년대 출생자)’ 위주인 연기자들에게 노 연기자의 지도를 받도록 했고, 음악의 곡조는 정자극(正字戲) 곡패(曲牌)를 위주로 뱃노래 가락, 민간 가락을 융합하고 현지말로 노래와 대사를 치는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었다.

2016년 6월 15일 <항아분월>이 성공적으로 초연됐다. 이는 루펑그림자극이 대형 장편극 창작력을 다시 한 번 갖게 됐고 그 앞날이 밝다는 것을 뜻한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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