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일본 정부가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액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그동안 아베 정권이 목표로 해왔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한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이 28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진행된 제6차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 폐막식에서 "아프리카는 21세기 최대 국경"이라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산업 발전에 따른 경제 다각화, 사회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였던 △ 경제 구조 개혁 △ 감염 대책 등 보건 시스템 개혁 △ 사회 안정을 위해 일본과 아프리카 각국이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긴 '나이로비 선언'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앞으로 3년간 약 300억 달러(약 33조 7410억 원)를 아프리카에 투자하게 된다. 투자 비용 가운데 3분의 1은 인프라 정비에 활용될 예정이다. 감염률을 낮추는 등 보건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전염병 전문가와 산업 기술자 등 전문 인력 1000만 명을 육성하겠다는 방침도 나왔다.
일본이 아프리카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은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이른바 '에너지 독립'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칸 비즈니스가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대부분을 폐쇄하면서 에너지 수급이 일본의 숙제로 떠올랐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시장이 새로운 에너지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구 증가로 인한 소비 잠재력이 높다는 점도 아프리카의 매력으로 꼽힌다. 아프리카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아프리카 중산층 인구는 2060년까지 11억 50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0년에 비해 3.2배 늘어나는 수치다. 실제로 자동차, 선박, 기계 등 일본의 수출 품목 가운데 약 3분의 1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소비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이번 투자 계획을 통해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국제 무대에서 유엔 안보리 개혁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현재 5개국에서 11개국으로, 비상임이사국은 10개국에서 14개국으로 각각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 등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은 물론 한국과 이탈리아 등이 포함된 '컨센서스 그룹'의 반대에 부딪쳐 왔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이번 회의 기간 내내 아프리카 주요 정상과 만나 "일본이 각국을 지원하겠다"며 "유엔 안보리를 개혁해 상임이사국을 늘리는 데 협력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뜻이라는 지적도 일부 나온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중국과 아프리카의 연간 무역액은 약 2200억 달러(약 247조 4340억 원)에 달한다. 일본의 대(對) 아프리카 무역애의 7배가 넘는 수치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향후 3년간 아프리카에 600억 달러(약 67조 4820억 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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