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고향 테러에 철권통치 우려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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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0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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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다바오 폭탄 테러 이후 필리핀 전역에 '무법상황'을 선포하며 군대를 동원한 강력 응징 방침을 밝힌 가운데 두테르테의 철권통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지시간 2일 오후 10시 30분쯤 두테르테의 고향이자 정치적 근거지인 다바오시 야시장에서는 강력한 폭탄이 터지면서 최소 14명이 목숨을 잃고 70명에 가까운 이들이 다쳤다.

필리핀 국방장관 델핀 로렌자나는 3일 이 사건을 ‘폭탄테러’로 규정하며 이슬람 극단주의 아부사야프의 범행이라고 선언했다. 아부사야프 측 역시 자신의 소행임을 인정했다.

테러가 발생하자 두테르테는 전국에 ‘무법상황’을 선포하며 군대가 순찰, 검문, 통행금지 부과 등 경찰의 치안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대변인인 에르네스토 아벨라는 무법상황 선포가 계엄령은 아니며 군대의 활용은 안보 위협을 처리하고 폭력을 ‘억압하는’ 데에만 제한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즈(NYT)는 안 그래도 두테르테의 마약 소탕작전 과정에서 사살된 희생자가 2,000명 넘게 늘어난 가운데 필리핀 인권 및 법치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한층 더 커지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두테르테 취임 후 2달 만에 마약과의 전쟁에서 마약 용의자에 대한 경찰의 즉결 사살 건수는 929건, 자경단의 사살 건수는 1,051건에 달했다.

필리핀 일부 의원들은 두테르테에 전국에 무법상황을 선포한 이유를 설명하고 군대 권한의 범위를 명확히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는 3일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부의 사명은 인정하지만 이번 공격이 인간의 생명을 무시하는 조치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앰네스티는 초법적 사살, 불법 구금 등 인권 침해 조치에 의지하는 것은 폭력과 인권 유린을 추구하는 이들의 손에 놀아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 두테르테, 제 2의 마르코스?

WSJ은 두테르테가 독재자였던 필리핀 전 대통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와 닮은 점이 많다며 두테르테가 제2의 마르코스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마르코스는 1965년 대통령 당선된 뒤 1972년부터 계엄령을 선포하고 장기집권에 나섰다. 그 동안 10만 명 이상의 국민을 사형, 구금, 고문하고 100억 달러 이상의 국고를 횡령하며 독재를 펼치다가 1986년 피플파워 혁명에서 불명예 축출되었다.

현재 그의 시신은 필리핀 고향마을에 안치되어 있는데 가족들은 영웅묘지 이장을 요구하고 있다. 두테르테는 마르코스의 국립묘지 안치를 허용했고 피해자와 가족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재 이 건은 필리핀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WSJ은 마르코스와 두테르테가 마닐라의 정치적 엘리트층 밖에서 환영받고 있으며, 강한 권력을 통한 사회 변화 기대감에 호소하고, 자신에 대판 비판에 불같이 대응한다는 점 등이 서로 닮아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두테르테는 지난달 필리핀 대법원장인 마리아 루르데스 세레노가 초법적 마약 소탕전을 문제 삼자 사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방해할 경우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또한 유엔이 필리핀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자 두테르테는 유엔을 탈퇴할 수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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