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도 5일 정례기자간담회에서 "(통합도산법의)부인권 대상이 되느냐는 문제는 채권자와 법원에서 판단할 부분이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기간 중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베트남 터미널 지분과 아시아 노선 운영권 등을 (주)한진에 매각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채권단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 전에 '우량자산'을 미리 빼돌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법정관리가 시작된 한진해운에 대해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101조 위반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통합도산법 101조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인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정관리 신청·개시 1년 전까지의 채무변제·자산매각 등을 통해 다른 채권자들의 지위를 불리하게 만드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기간 내 자산을 매각할 때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면서 공정가액으로 거래했다면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일반적으로 법정관리로 넘어간 회사의 실사 결과는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잠식 상태에서 자산 매각으로 부동산 등을 현금화시키면 담보채권자와 무담보채권자, 상거래채권자 등 채권자 내부에 차별적 영향을 주게 돼 부인권 대상이 될 여지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자본잠식 여부와 관계없이 자율협약 기간에 자산매각 행위와 공정가액 설정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자산 유동화 이후 매각 대금을 조양호 회장 등 특수관계인에게 먼저 변제가 됐다면 채권자들은 소송도 가능하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이 개시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 행한 자산매각은 결국 적정 가격 여부가 핵심이다"며 "감정가액 기준으로 처분했다고 해도 해운회사 내에서의 자산 가격과 외부로 나간 다음의 가격에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진해운이 (주)한진에 자산을 비싸게 팔면 (주)한진 경영진이 배임행위를 한 셈이고, 싸게 팔면 한진해운이 배임이 되는 복잡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법정관리를 예측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는 채권단에게 의혹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산 공정가액도 회사 내부에서 암암리에 가격을 맞춘 정황이 드러난다면 그 또한 소송 대상이 된다"며 "자산매각 대금을 어디에 사용했느냐도 법원 실사에서 중요한 논점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말부터 (주)한진에 신항만 지분과 아시아노선 운영권, 베트남 터미널 지분 등 2200억원 상당의 자산을 매각했다. 실제로 (주)한진은 지난해 11월 24일 한진해운 신항만 지분 50%를 1354억원에 한진해운으로부터 인수했다.
(주)한진은 지난 6월 24일에도 한진해운의 아시아노선 영업권 인수를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621억원에 매입한다고 밝혔다. 양도일자는 오는 9월 30일이다. 지난 7월 13일에는 베트남 탄깡까이멥(Tang Cang Cai Mep)터미널 지분(21.33%)도 229억원에 전량 매입했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 측은 "매각한 자산들이 우량자산이라면 훨씬 더 빨리 매각됐을 것이다"며 "지난 4월 채권단에 제출한 추가자구안에 모두 포함된 자산일 뿐이다"고 선을 그었다.
또 "한진해운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마땅한 매수자가 없어 계열사에 매각했고, 가격도 회계법인의 평가를 통해 산출했다"고 답했다.
한편, 조양호 회장의 우량자산 빼돌리기 의혹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지난달 30일 "자산을 빼돌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채권단 입장에서 한진해운을 믿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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