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야기]<46>싸움터에서 사랑터로 바뀐 천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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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1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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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1930)'은 청계천변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당시 낙후된 지역이던 청계천변과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인간 군상을 카메라로 묘사하듯 써내려갔다. 책에는 흥미로운 구절이 있다.

'여름 장마가 시작됐다. 장마의 피해는 깊숙한 다리 안에 자리 잡은 깍정이들의 몸 위에 더 커서 갑자기 불은 개천물에 집이며, 아끼던 물건 넣어 놓은 궤짝이며 다 잠기고 말았다. 날 이 개자 사람들이 천변가에 몰려 나와 불어난 개천물에 떠내려 오는 물건들을 건져 내려고 한판 시합을 벌인다'

한여름이면 청계천은 전쟁터가 되고 했다. 홍수에 떠내려 온 귀중품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가난했던 당시 한국의 어려운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다.

싸우다보면 정든다고 했던가. 그런 그들이 옹기종기 모여 터를 꾸려 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떠내려온 물건들 위주로 생계를 꾸리다가 점점 다양한 물건을 취급했다. 근처에 벼룩시장이 형성되고, 철물점이 들어섰으며 그렇게 청계천 주변으로 촌락이 형성됐다.

그 옛날 귀중품을 차지하기 위해 몸 싸움을 벌이던 이곳은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을 하면 80% 이상의 성공률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 멋진 광경을 눈에 담아가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들도 관심이 뜨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싸움으로 시작됐을지라도 세월이 흐를수록 나타나는 인간의 본래 모습은 결국 역시 화해와 사랑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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