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한국 성인의 75%가 유당불내증(유당소화장애)을 앓고 있다. 4명 중 3명이 우유에 들어있는 유당을 소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우유만 마시면 속이 더부룩하고 배탈나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 이런 사람들이 두유를 먹으면 유당불내증을 호소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바로 두유에는 원유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유는 삶은 콩을 곱게 갈아 짜낸 원액에 콩에 들어있지 않은 비타민과 무기질, 칼슘 등 각종 영양소를 첨가해 만든다. 여기에 텁텁한 맛을 없애고 소화를 쉽게 하기 위해 비지와 유액을 분리하거나, 보존료 첨가 없이 제품을 상온에서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하도록 130℃ 이상의 고온에서 짧은 시간 동안 열처리하는 과정 등을 거친다.
이 때문에 최근 불거진 우유 원유 부족현상이나 이에 따른 원유가격 인상 등과 상관없이 꾸준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2011년 원유 생산량이 20% 가까이 감소하자 우유 공급량이 줄어들어 두유 매출이 20% 성장하기도 했다.
두유가 탄생하게 된 이야기도 흥미롭다.
1936년 소아과 의사로 재직했던 정재원 의학박사(현 정식품 명예회장)는 많은 유아들이 모유 및 우유 속에 들어있는 유당 성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증 때문에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것을 보게 된다.
이에 아이들에게 적절한 영양을 제공할 방법을 찾아 나섰고,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준 콩물을 떠올린 정 박사는 거듭된 연구 끝에 유당이 포함되지 않은 음료 '베지밀'을 1973년 처음 생산했다.
국내 첫 두유제품인 베지밀은 이렇듯 영양실조와 탈수증, 폐렴 등으로 죽어가던 어린 아이들을 구해내고 싶었던 한 소아과 의사의 열정으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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