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폴리텍대학 엑스포(EXPO) 일자리 행사장. ‘산업잠수사’란 문패가 달린 부스에 교복을 입은 수십명의 학생들이 모여 저마다 질문을 쏟아냈다. 수조 속에는 한 잠수사가 불꽃을 튀기며 용접을 하고 있었다.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잠수사는 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 산업잠수과 김준(25) 학생이었다. “감전될 위험은 없고요. 돈은 많이 벌어요”라며 김 씨는 웃으며 답했다.
대한민국의 미래 일자리를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전국 35개 캠퍼스, 145개 학과가 참여해 직업체험관을 통해 50여종의 일자리를 선보였다. 산업잠수사 등의 이색 일자리를 포함 드론, 바이오,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일자리 등이 총 망라됐다.
김준 학생은 수중에서 구조물을 만들거나 해체하고, 해저케이블 설치 등을 하는 사람을 산업잠수사라고 설명했다. 2003년 강릉캠퍼스에 처음 설립된 산업잠수과는 매년 25~30명을 전문 잠수사를 배출하고 있다. 졸업 인원의 70% 가량이 취업하는 셈이다.
정의진(45) 산업잠수과 교수는 “해양플랜트 구조물 구축 등 미래 일자리 분야로 경쟁력이 있다”며 “수중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라 위험부담이 있지만 제대로 훈련받은 5~10년 경력 잠수사들은 1억원 넘는 연봉을 받을만큼 소득이 높은 직업군”이라고 말했다.
여고생 셋이 손과 얼굴에 연신 미백크림을 바르고 있었다.
“촉촉한데, 이거 우리가 만든거예요. 이만하면 저도 화장품 제작에 소질 있는 것 같아요. 이따 집에 가서 엄마한테 선물하려고요.” 한빛고 1학년이라고 밝힌 박지은(17) 학생은 자랑하듯 말했다.
폴리텍대학 바이오캠퍼스 바이오나노소재과 학생들은 미백크림 제작 과정을 설명하며 방문자들이 직접 만들어보게 했다. 알부틴(미백제), 글리세린(보습제) 등이 담긴 비이커, 유화제(계면활성제) 등이 담긴 비어커 두 개를 중탕시켜 섞자 미백크림이 완성됐다.
“만드는 과정도 쉽고, 생명과학(BT)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실제 바이오 화장품, 제약 분야에 진출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고요.” 이정노(46) 바이오나노소재과 교수는 말했다.
2013년 처음 개설된 바이오나노소재과는 매년 3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데 전원이 관련 분야에 취업하고 있다. 특히 내년 2월 바이오나노소재과 졸업 예정자 중 삼성바이오로직스 4명, 한미약품과 녹십자랩셀 각각 3명 등 10명이 이미 합격한 상태다.
“앞으로 항암제, 피부노화억제 화장품 등 바이오 분야 일자리는 보다 확대될 전망이예요. 기능대학이다 보니 아직 학부모나 학생들의 기피 현상이 여전한데 생각만 달리하면 촉망받는 일자리 분야가 될 것으로 확신해요” 이 교수는 힘줘 말했다.
이어 '빅데이터 분석으로 본 4차 산업혁명 대비 기술인력 양성 방향'이란 주제로 콘퍼런스가 진행됐다.
주제발표로 나선 이원재 한국과학기술원(KIST) 교수는 "직업훈련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예상되는 기술인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이를위해 전국 35개 폴리텍과 광역권의 창업 및 기술혁신 프로세스가 긴밀하게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우영 폴리텍대학 이사장도 "진학과 취업을 앞둔 많은 분들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직업을 체험하고 진로에 대한 확신을 얻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폴리텍대학이 2~3일 양일간 마련한 엑스포는 대한민국 일자리의 ‘블루오션’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가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공무원, 대기업 등 일자리 ‘레드오션’에서 힘겹게 경쟁하는 청년들이 눈을 돌리고 인식을 달리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