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앞서가자] ① AI 선도하는 美, 맹추격하는 韓·中·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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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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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AI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바둑을 두고 있다.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인공지능(AI) 붐이 도래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게임 체인지라는 기폭제가 될 AI를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AI 관련 시장은 오는 2030년 950조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AI에선 운수업, 소매업, 제조업의 시장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미국이 AI 선도그룹 형성, 모빌리티 시장 공략 나선다 

AI는 현재까지 기술력과 산업 규모에서 미국이 압도하고 있다. 미국의 IT공룡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이른바 ‘GAFA'를 중심으로 AI관련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거미줄처럼 포진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아직 AI는 걸음마 단계다. 이제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함께 출자한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이 출범했다. AIRI는 네이버, 삼성전자, SK텔레콤, LG전자, KT, 한화생명,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AI 관련 산업의 기술혁신에 필요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중소, 중견, 벤처기업, 스타트업과 협력해 AI 산업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설립됐다.

국내기업이 AI에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대량으로 보유만 하고 있는 반면, 미국 기업은 이 데이터와 함께 이를 활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AI 관련 특허출원 건수도 미국 IT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구글과 페이스북의 AI 특허 취득 건수는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 그 뒤를 맹추격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에선 대학 단위로 대량의 AI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있으며 인터넷 검색 업체 바이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



일본도 도요타자동차가 AI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도요타는 지금까지 핵심기술자를 꽁꽁 숨겨왔지만, AI 기술 분야에선 외부 인력을 끌어 모으며 드림팀까지 결성했다. 도요타는 지난해부터 AI 사업을 위해 약 1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AI를 선도하는 미국은 관련 분야에서 폐쇄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선 인공지능 연구와 관련된 인적 네트워크 없이는 개발자를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일례로 올해 초 페이스북이 주최한 AI 관련 회의는 초청장을 받은 관계자 100명만 참석이 허용됐다는 후문이다. 이 자리엔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회장, 행동경제학의 대가 다니엘 카네만 교수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 화두로 떠오른 것은 ‘모빌리티(Mobility)’다. 모빌리티는 최첨단 충전, 동력 기술이 융합된 소형 개인 이동 수단이다. 참석자들은 향후 AI를 활용해 IT기업들이 모빌리티를 어떻게 지배해야 할지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AI 선도그룹이 자동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AI의 진화와 싱귤래리티, 고민 깊어지는 기업들

AI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싱귤래리티다. 싱귤래리트란 AI가 인간의 뇌를 초월하는 기술적 특이점으로 2045년에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AI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악마를 불러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경고다. AI 위협론의 대표적 주장이 바로 싱귤래리티의 도래다. AI가 인간의 뇌를 초월하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AI가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되면, 똑똑한 AI가 탄생하는데, 이것이 더 똑똑한 AI를 만들어내는 연쇄작용이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인간이 제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AI에 대한 공포는 아직 상상 속 이야기에 그치지만, 영화에선 이미 다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영화가 ‘2001년 우주 오디세이’다.  이 영화는 우주선에 탑재된 AI가 우주비행사를 살해한다는 내용을 다뤘다. 슈퍼 컴퓨터의 완성을 목전에 둔 AI 천재 과학자가 군사기밀을 손에 넣는 장면이 그려진 ‘트랜센던스’라는 영화도 유명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터미네이터’ 시리즈도 AI가 만들어낸 살인 로봇이 인류를 멸망시키고, 인류의 저항을 사전에 막기 위해 살인 로봇을 과거로 보낸다는 스토리다. ‘매트릭스’는 인간이 인류를 지배한 AI와 싸우는 모습을 그리면서 인간이 가상현실의 세계와 컴퓨터가 만들어낸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모습을 담았다.

영화에서 그려진 싱귤래리티처럼 그것 자체가 AI의 인간 지배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싱귤래리티에 도달되기 전이라도 AI를 악용할 경우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장 위험한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AI의 군사적 이용이다. 실제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드론을 운용 중인데, 한 전문가는 “미국 본토에서 드론을 원격 조정하는 군인들이 우울증 증세를 보이자 미군이 AI가 자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AI의 진화로 우리 생활이 편리해지는 반면,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구글이 지난 2014년 인수한 바둑 AI프로그램 개발로 유명한 딥마인드의 수장 데미스 하사비스는 구글의 인수 조건에 AI 기술의 군사이용을 방지하기 위한 윤리위원회 설립을 추가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IT 업체들은 산업과 윤리라는 관점에서 AI 기술 개발을 진행시켜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 위협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도 AI를 진화시켜야 기술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바이두 등 IT공룡들이 AI를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이유는 AI 기술의 선점을 위해서다. AI 위협론을 내세운 일런 머스크 조차도 AI 스타트업에 대한 왕성한 투자를 진행시키고 있다.

AI 기술의 진화는 우리 생활의 큰 변화를 초래한다. 싱귤래리티라는 기술 진화는 산업혁명 보다 더 많은 임팩트을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 싱귤래리티를 대비하고 AI 진화를 이끌어야 할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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