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셈법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 가뜩이나 경기둔화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리스크’까지 얹혀 지면서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가 골치를 썩게 됐다고 15일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러한 공약이 현실화되면 중국 경제에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래리 후 맥쿼리 증권 중국경제 책임자는 "트럼프의 당선이 중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불확실성투성이"라며 "인민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게 한층 더 까다로워지면서 중립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스위스 UBS 그룹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절하를 한층 더 용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으로 중국의 자본 유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의 재정확대 정책이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끌어올리면,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게 된다. 선진국 국채 금리의 상승은 결과적으로 중국 내 자본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0개월째 자금 유출 이어지고 있다. 2014년 6월 말 4조 달러에 육박했던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 절하를 방어하는 데 소진하면서 가파르게 줄어서 10월말 현재 3조1200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달에만 미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1.53% 하락했다.
위안화 환율 불안정은 중국이 추진하는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라는 장기적인 목표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의 당선이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무역보호주의가 오히려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 달러 자산 외 투자처에 눈길을 돌리면서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관타오 전 중국 국가외환국 사장(司長, 국장급)도 "트럼프가 반 세계화 정책을 추진한다면 이는 위안화의 글로벌 지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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