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지난 10일 전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첫 회동에 집중했지만 백악관에서 카메라들이 끈질기게 따라붙은 인물이 한 명 더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데니스 맥도너와 함께 백악관 남쪽 잔디밭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던 트럼프의 맏사위 재럴드 쿠슈너(35)다.
트럼프의 맏딸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이자 잘생긴 외모와 빵빵한 배경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그는 트럼프 캠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막후의 실세로 주목받고 있다.
쿠슈너는 부유한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출판인이다. 그는 트럼프 타워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고층 건물인 666피프스애비뉴를 소유하고 있으며 25살이던 2006년에는 한때 유력 신문이던 뉴욕옵저버를 사들여 현재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트럼프 인수위 집행위원인 쿠슈너는 아직 트럼프 내각에서 공식 자리를 맡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귀에 들어가는 정보는 쿠슈너를 통한다고 BBC는 전했다.
쿠슈너는 독실한 유대교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의 얼굴, 다윗의 별로 알려진 육각성, 돈다발 사진 위에 가장 부패한 후보라는 글자가 함께 새겨진 이미지를 트위터에 게재한 뒤 반유대주의라는 비판이 일자 쿠슈너는 옵저버의 사설을 통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사설에서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만약 사람들이 그(트럼프)의 정치를 싫어한다면 인종차별주의와 같이 싫어하는 점까지 그에게서 찾아낼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그의 정치를 좋아한다면 특별한 메시지를 듣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트럼프는 정치인들이 꺼리는 주제를 다룰 것이다. 이것이 트럼프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이유”라며 장인을 두둔했다.
재러드 쿠슈너는 뉴저지 출신으로 폴란드 출신의 할아버지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1949년 미국으로 넘어왔고 아버지 찰스 쿠슈너는 뉴저지의 부동산 거부다.
재러드 쿠슈너는 하버드 출신의 수재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의 지도층이 엘리트 대학을 돈으로 사는 법’의 저자 대니얼 골든은 재러드가 학창시절 성적이 나빴음에도 하버드에 입학하던 해에 250만 달러를 기부해서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재벌인 쿠슈너의 아버지는 한때 논란의 중심이었다. 그는 조세 회피와 불법 정치 자금 기부, 목격자 매수 등으로 징역형을 받은 바 있다. 연방 수사에 협조적인 누나 가족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못하도록 매춘부를 고용해 매형을 유혹하게 한 다음 이들이 함께 있는 장면을 몰래 찍어 누나에게 테이프를 보낸 혐의다.
2004년 이 사건을 담당했던 연방 검사가 2016년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다. 일부 외신은 인수위 위원장의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크리스티 대신 마이크 펜스를 위원장에 앉힌 것도 재러드 쿠슈너의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러드 쿠슈너와 장인 도널드 트럼프는 모두 아버지로부터 젊은 시절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았다는 비슷한 경험 때문인지 이들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치적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뉴욕옵저버의 사설에 따르면 쿠슈너는 정치를 경영하듯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정부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 수많은 층위로 구성된다. 문제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 결실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기업을 경영할 때에는 똑똑한 인재를 기용하여 이들에게 충분한 재량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쿠슈너가 “정치에 소질이 있다”고 칭찬하는 등 사위의 판단을 무척 신뢰하고 있다. 지난 6월에 코레이 르완도우스키 캠프 사무장이 해고됐을 때에도 쿠슈너가 결정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재러드 쿠슈너는 아버지와 달리 내성적이고 카메라를 어색해하고 전면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가 트럼프 캠프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트럼프 행정부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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