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지난해 기준 2만7195달러로 세계 32위, 상위권에 속해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BLI)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38개국 중 하위권인 28위를 기록했다. 2013년(25위)보다 더 추락했다.
GDP가 건강, 가정, 환경 등 생활수준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삶의 질 지수와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들은 이제 ‘잘 먹고 잘 살자’에서 ‘행복’이라는 삶의 질을 추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GDP란 경제지표에 의존해 ‘먹고 살만하다’라고 자부하고 있다.
통계청은 24일 대전통계센터에서 '제2차 국민 삶의 질 측정 워크숍'을 열었다.
통계청은 삶의 질 측정을 위해 2011년부터 개발해 지난해 1차 개발을 완료한 '국민 삶의 질 측정 지표'를 설명했다.
국민 삶의 질 지표란 주거, 소득, 공동체, 교육, 환경, 삶의 질 등 12개 영역 81개 항목을 토대로 지표를 측정한 것을 말한다.
이희길 통계개발원 사무관은 “쉽게 내 몸 상태가 건강한지, 가족 관계는 어떤 지 삶의 질, 만족도 등을 지표화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현재 개별 항목별로 수치는 나와 있지만 어디에 가중치를 둘 것인지 등 논의가 더 필요하고,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종합적 수치로 된 지표 개발은 내년 초 쯤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크숍에서 참석한 전문가들도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졌는데 우리 정부는 여전히 국가의 경제력, 국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GDP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조강연을 했던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삶의 질 학회장)는 “스포츠, 여가가 삶에 미친 긍정적 영향, 통계청이 발표하는 통계 지표가 주는 삶의 효과 등은 GDP가 잡아내지 못한다”며 “국민의 삶과 밀접한 정책을 내려면 정부와 국회가 삶의 질 지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표 개발에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이어 “GDP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지속적인 보정과 보완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경제학만이 아닌 심리학, 사회학, 환경학, 가족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생이자 법무장관이었던 로버트 케네디는 “GDP는 광고나 교도소는 측정할지 모르지만 시(詩)의 아름다움이나 결혼의 굳건함은 측정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광고가 늘수록 상품의 가격은 오르고, 범죄가 늘수록 교도소 수도 증가한다. 케네디는 물가가 오르고, 범죄 발생률이 높아져 삶의 질은 떨어졌는데 GDP는 광고와 교도소의 수량만 측정해 증가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못 사는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부탄은 1970년대 국민 총 행복지수를 발표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와 전문가들이 GDP를 보완해 국민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 개발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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