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가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국조특위는 30일 국회에서 첫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지만, 김수남 검찰총장 등의 불출석으로 여야 일부 의원이 퇴장하는 등 한때 파행을 빚었다. 국조특위가 첫발부터 휘청거림에 따라 남은 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김수남 등 대검 관계자 전원 불출석
국조특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대검찰청을 비롯해 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 등 5곳으로부터 1차 기관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기관증인으로 채택한 김수남 검찰총장과 김주현 차장검사, 박정식 반부패부장 등이 불참하면서 시작부터 파행을 빚었다. 김 총장 등은 ‘최순실 게이트’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국조특위에 나오지 않았다.
파행의 발단은 국조특위 위원장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출석한 4개 기관에 대한 증인선서를 마친 뒤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주겠다고 한 데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등이 김 위원장에게 강력 항의하며 퇴장했다. 국조특위는 이 문제로 1시간 40분간 공방전만 벌이다가 결국 정회했다.
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이 “(국조)특위가 채택한 국정조사 계획서는 국감 및 국조에 관한 법률, 국회 증언 및 감청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검찰총장을 두둔했으나, 이는 소수 의견에 불과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참담하다”며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도록 여야가 힘들게 합의했다. 이는 본회의를 통과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검찰총장이 빈 기관보고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고,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대면조사를 거부한 것과 똑같은 선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용주 국민의당·윤소하 정의당 의원도 각각 “검찰의 오만”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조특위 “세월호 7시간·정호성 파일 제시 촉구”
속개된 국조특위에서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2014년 4월13일) 행적 자료와 더불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전화통화 녹음파일 등의 제출 요구가 빗발쳤다. ‘최순실 국정농단’ 및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의 의혹을 풀 열쇠라는 이유에서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 7시간'을 파헤치라는 게 국민 요구”라며 “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이와 관련된 자료를 청와대에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사유로 거부했다”고 힐난했다.
황 의원은 자료제출 거부 시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의 서명으로 자료제출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정호성 파일’을 언급하며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녹취록이 10초만 공개돼도 촛불은 ‘횃불’이 될 것이라고 한다”며 “(정호성 파일은) 사건의 핵심 증거다. 국조특위에서 녹음파일을 반드시 입수·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도 “정호성 녹음파일은 대통령 관련 핵심 자료”라고 가세했다. 이에 이창재 법무부 차관은 “그런 파일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거넥션 의혹도 제기됐다. 박범계 의원은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회의를 거쳐 합당하다는 판단 하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의결한 거라면, 관련된 투자위원회의 회의록 일체를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조특위는 내달 5일 대통령 비서실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교육부 등을 상대로 2차 기관보고를 받는다. 이어 9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최태원 SK, 구본무 LG, 신동빈 롯데, 허창수 GS, 김승연 한화, 조양호 한진, 손경식 CJ 그룹 회장 등 9명의 재벌 총수를 증언대에 세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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