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이 이어지면서 성인이 돼서도 부모 품을 떠나지 않고 함께 사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아·태 지역 청년 3분의 2는 캥거루족"
세계 최대 부동산 서비스업체인 CBRE 그룹이 호주·중국·홍콩·일본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거주하는 밀레니얼 세대(22~29세 연령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3분의 2가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8%는 독립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성인이 돼서도 부모와 함께 사는 데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일본 정부 통계를 인용,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부모와 함께 사는 35~44세 연령대 미혼 청년층은 3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2만 명은 실업 상태였다.
니시 후미히코 통계조사&교육 연구소 연구자는 "일반적으로 3~4년 간 취업을 준비하다 실패하면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30대 중반을 넘기면 새로운 진로를 찾기도 어려운 만큼 취업 포기자 대부분은 수입이 없는 형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미혼 상태인 25세 이상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비율이 26%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85년 9%였던 점에 비하면 세 배 증가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경기 침체 영향으로 대학 졸업과 취업, 결혼 등이 차례로 지연되면서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높은 집값으로 악명 높은 홍콩에서는 집값 부담 때문에 캥거루족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기준 15~34세 연령대 남성 가운데 53%, 여성의 47%가 부모와 함께 거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이탈리아 남성 67%는 독립 거부"
호주에서는 2011년 기준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이 2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76년 21%에 불과했던 점에 비하면 30년 만에 50%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탈리아의 젊은 남성 3명 중 2명은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발적 캥거루족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지난 10월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럽통계청(유로스타트)의 보고서를 인용,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8~34세 연령대의 이탈리아 남성 가운데 67%는 부모의 집에서 거주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유럽 전체 평균치(47.9%)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이 34.3%에 불과한 영국과 비교해도 2배 정도 많다. 특히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는 청년들도 응답자 4명 중 3명은 집을 떠나기 싫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이탈리아 경제 위기가 꼽힌다. 이탈리아 경제는 트리플딥이 반복되면서 지난 2007년 이후 10% 이상 침체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2분기까지 15~34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35.5%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약 5%포인트 감소한 수치지만 일자리가 있어도 불안한 단기 임시직이 많다는 지적이다.
알레산드로 로시나 밀라노 가톨릭대학교 인구통계학 교수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편안함을 찾는 사람이 많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구직이나 경제 활동에 어려움이 많아지는 점이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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