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의 공생관계는 한국경제가 성장하는 지름길이라고 여겨 왔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며 관치경제의 폐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관치경제는 한국경제가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병들어 있는 상태로 만들었다. (관련기사 4면)
정치와 정부 권력을 등에 업고 성장한 기업은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정부도 청와대 권력이 막강해지자 정책 수립에 대한 의욕이 꺾였다. 과감한 정책보다 현실에 안주하는 자세로 일관하며 무능력의 온상이라는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박근혜 게이트’는 더 이상 한국경제가 관치경제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경유착 비리라는 과거사에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관치경제로 인한 정경유착 비리의 과거사는 지난 1956년 은행 민영화 특혜 의혹부터 시작된다. 이승만 정부시절 부실은행이던 한일·상업·조흥은행을 삼성이 소유·운영하는 과정에서 부정축재라는 질타를 받았다.
당시 삼성은 3개 은행을 소유하며 1963년까지 자산 28배, 매출 19배, 영업이익 31배 증가하며 대기업 반열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
노태우 정부시절 율곡비리가 터졌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옷 로비 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영포 게이트, 2012년 저축은행 비리로 몸살을 앓았다. 박근혜 정부들어 지난해 성완종 게이트가 불거졌다.
최근 해체압박에 시달리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경유착을 넘어 정치·사회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관치경제가 뿌리를 내리며, 새로운 권력으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 등 학자·전문가 312명은 최근 ‘전경련은 해체돼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전경련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개발연대 기능은 수명을 다했다”며 "미르·K 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서 청와대 지시로 조직적인 자금 지원에 나선 의혹이 커지는 전경련은 해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진단이다. 성장일변도 정책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복지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관치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관치경제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내외 여건 변화에도 기존 경제시스템을 고집할 경우, 선진국으로 도약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불확실성, 복잡성, 다양성 등 미래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창의와 혁신에 기반한 유연한 경제시스템으로 변신이 필요하다”며 “경제주체별 역할과 책임이 분산되는 유연한 경제운영이 토대가 돼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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