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테오 렌치(사진) 이탈리아 총리가 4일(현지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헌법 개정 국민투표에서 패배를 시인,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 ]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4일(현지시간) 유럽은 물론 전세계가 주목했던 이탈리아의 개헌 국민투표가 결국 부결됐다. 상원의 수를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에 대한 투표였으나, 렌치 총리의 정치 생명도 함께 걸려있던 선거였다.
국민투표 개표결과 헌법 개혁안에 반대하는 의견은 59.11%를 기록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마테오 렌치 총리는 출구조사 결과 반대가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바로 패배를 인정하고 사임 발표를 했다. 그는 "패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며, 내가 패배한 것이지 국민들이 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나는 선거법을 존중하며,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일 없는 듯 집으로 들어가서 잠을 잘 수는 없다. 오늘 나의 정부는 막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영원한 안녕을 빈다"는 말로 사임 발표를 마무리했다.
중도좌파 개혁주의자인 마테오 렌치 총리는 정치 구조 개혁을 통해 이탈리아 경제를 부흥시키겠다고 주장하면서 헌법 개정을 요구했다. 무려 315명에 달하는 상원의원 수를 100명으로 줄여서 입법 절차를 간소화시킬 경우 정부의 행정 효율성이 훨씬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하원의 권력을 견제하는 힘이 사라진다며 일부에서는 반대하기도 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개헌안에 대한 찬성률이 60%를 웃돌았지만, 렌치 총리가 부결 시 총리직을 내놓을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국민투표는 총리신임 선거전으로 변질됐다. 지난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바람을 일으켰던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을 비롯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전진이탈리아(FI), 극우 북부리그 등이 개헌 반대 운동을 이끌면서 렌치 총리를 압박했다.
이번 국민투표의 결과는 유로존의 3번째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정치적 지형을 완전히 바끌 것으로 보인다. 포퓰리즘 정당의 득세로 기존 정치권의 힘이 약화되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이같은 변화 탓에 유럽 전역에서는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2014년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하더라도 70%를 넘나드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개헌안이 좌절된 것은 지속되는 경제불안과 반이민 정서, 그리고 기존 정치에 대한 젊은이들의 분노 등이 원인이 됐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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