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외환 보유액과 국가부채비율 등 재정건전성면에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탄탄해 큰 위기는 없다고 방어막을 치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전과 현재 우리 경제상황은 여러 면에서 닮은 꼴이다.
우선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급격한 외국자본의 이탈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당시에는 한국에 외환보유고가 모자랐던 것이 주요한 원인이었다.
지난 8월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3754억 달러를 기록해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할 수 없지만, 위험은 항상 상존한다.
실제 지난 11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셀코리아’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중국증시 급락여파 등에 따라 외국인이 -2조9661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이후 월간 기준으로 10개월만에 처음이다.
당초 외국인 투자액은 올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돈을 빼가기 시작했다.
특히 오는 15일에 이어 내년 지속적인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외국인 자본 이탈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막대한 가계부채도 문제다. 2014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4490억 달러(약 1700조원), 정부 부채는 1200조원이었다. GDP 대비 정부부채는 70% 수준이다. 100%를 넘어선 서유럽 국가나 230%에 육박하는 일본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1300조원대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2012년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60%로 OECD 34개 국가 중 8위다.
여기에 올해 15일부터 내년까지 미국이 지속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가계의 파산이 현실화될 수 있는 대목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무너지며 여파가 기업과 가계로 이어진 것이라면, 지금의 위기는 1300조원대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뇌관이 될 수 있다. 가계의 파산이 연쇄적으로 기업과 정부의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성이 더 큰 상황이다.
또 노조를 비롯한 각종 이익집단의 목소리 내기와 불법파업으로 인한 혼란, 구조조정에 다른 태량 실업사태와 기업의 도산도 당시와 비견된다.
이미 올해 제조업 가동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고, 경기 버팀목이던 건설투자마저 두달째 줄며 경기하강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과 정부의 리더십 부재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우리나라는 1만 달러의 소득 반열에 올라서고, 경제성장률도 나름 좋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가 재정건전성 파탄을 감지하지 못한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정부로 인해 국가파산 상태에 빠지게 됐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과거의 프레임에 매몰돼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결국 관치경제, 정경유착이라는 폐해를 되풀이하는 결과를 낳았고,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우리 경제의 위험요소중 하나는 불확실성이다. 대외적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유럽 브렉시트 여파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야기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인해 경제 콘트롤타워마저 무너지며 내부의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대외변수야 우리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지만, 정치혼란에 따른 콘트롤타워 부재 등 내부 변수는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바로 세울 수 있다.
결국 오늘 국회에서 결정되는 대통령 탄핵여부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클 전망이다. 경제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짓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農者天下之大本(농자천하지대본)'이라며 농사를 천하의 근본으로 여겼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대통령을 탄핵해야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역설의 시대를 살고 있다.
‘彈劾經濟之大本(탄핵경제지대본)’이 이 시대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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