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국방부가 압수한 수중드론을 미국에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국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중국 국방부는 17일 저녁(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압수한 미국의 드론을 적합한 루트를 통해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반환과 관련해 미국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미국이 사건을 지나치게 확대하고 공개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미국의 대응방식에 대한 유감도 표했다.
국방부는 또, "지난 15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해군이 남중국해 해역에서 정체불명의 장치를 발견, 항행안전을 위해 이를 압수해 조사했고 미국의 드론임을 확인했다"면서 "미군이 중국의 해역에서 군사적 측량, 탐사를 지속하는 것을 반대하며 이를 멈춰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지난 15일 오후 미국 해군함정 보우디치는 필리핀 수빅 만 북서쪽 50해리 해상에서 드론을 회수하고 있었다. 이때 뒤를 따라오던 중국 해군 함정에서 내린 소형 보트가 수중드론 2대 중 1대를 압수해가면서 미국이 크게 반발했다. 미국 국방부(펜타곤)은 16일 "공식적인 외교 루트를 통해 수중 드론을 반환하고 국제법의 의무를 지켜라"라고 중국에 강력히 요구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개적으로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공해에서 미국 해군의 연구 드론을 '훔쳐갔다'. 전례없는 행동으로 드론을 물에서 낚아채 중국으로 가져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언론은 중국 해군의 미국 수중드론 나포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를 냈다. 중국 해역에서의 당연하고 정당한 행위라는 주장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7일 논평을 통해 "남중국해에서 미국 장비 조사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환구시보는 "중국 해군은 미국이 중국 해역에 정보수집을 위해 설치한 각종 장비를 정기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중국 군사 안보를 훼손한 미국에 상응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신경보 17일 "해당 수중 드론을 중국이 '낚아챘느냐' 미국이 '잃어버렸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중요한 것은 사건 발생 지역이 중국의 해역이라는 점이고 미국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의 대립각이 한층 커질 것임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인근 국가와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치 않고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지속적으로 군사활동을 펼치며 중국을 도발해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중드론 나포사건이 최근 중국 외교관계의 근간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린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달 초 트럼프는 미 정상으로 37년만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해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최근에는 "이해는 하지만 미국이 왜 '하나의 중국'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은 미중관계 발전의 기초로 이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보복할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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