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사드 배치 판단을 차기정부로 넘겨야 하는 5가지 이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12-27 0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정성장 세종연구소통일전략연구실장 ]


미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될 경북 성주의 롯데스카이힐골프장이 국방부에 부지를 넘기기 위해 올해 말로 영업을 종료한다.

국방부는 최대한 신속하게 배치 절차를 진행해 내년 5월까지는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사드 배치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강렬하게 반발하고 있고 배치가 완료될 경우 한중, 한러 관계도 심각하게 손상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서둘러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과연 한국의 국익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가? 다음과 같은 5가지 이유 때문에 사드 배치에 대한 판단을 미국과 한국의 차기 정부에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사드 배치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안보상의 이익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드 배치를 무리하게 강행할 이유가 없다. 경북 성주에 배치될 사드로 수도권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만약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면 사드 배치 대신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통해 남북 핵 균형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만약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미국 본토도 지금보다 더욱 안전해질 것이다.

둘째, 현재 한국 경제가 침체되어 대부분의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는데 만약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중국의 보복으로 한국 경제와 문화 산업은 매우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경제가 장기간 침체 상태에 빠져있을 때에도 한국 경제가 중속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한중 교역의 확대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한국의 대외 교역에서 1/4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사드 배치로 심각하게 위축되면 한국 경제는 벗어날 수 없는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중국과 러시아 극동지역의 핵미사일 상당 부분을 탐지할 수 있는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한미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겠지만 한중 및 한러 관계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동북아에서 중국의 부상이 가속화되고 미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쇠퇴하는 상황 에서 사드 배치 강행은 한국 외교를 위해서도 결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넷째, 사드 배치 이후 한중 경협 악화로 한국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면 그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로 한미동맹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7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등에 MD 시스템이) 오랫동안 존재했지만 실질적으로 쓸모가 없었다”라며 ‘MD 무용론’을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취임하면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한미 간의 재논의가 가능할 수 있다.

다섯째, 사드 배치 지역 주민과의 충분한 대화와 설득 노력 및 타협 없이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박근혜식 ‘불통’ 정치의 대표적인 사례로 국가적 통합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사드 배치를 위해서는 해당 지역 주민과 좀 더 시간을 갖고 대화를 진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 정부가 사드 배치를 무리하게 강행해 한국경제가 파탄나 국민들이 반발한다면 한국의 보수세력과 국방부, 한미동맹도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오바마 행정부 임기가 채 한달도 남지 않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수개월 내에 물러날 수도 있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차기 정부가 논의해 최종 결정짓는 것이 한미동맹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