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천억 원/1,000만 명/70%’
‘2조4천억 원/257만 명/15%’
첫 번째 줄에 있는 정보는 우리나라 반려동물 시장규모/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수/반려동물 사료 수입비율이다. 두 번째 줄에 있는 정보는 우리나라 농기계 시장규모/농가 인구수/수입산 농기계 비율이다.
반려동물의 시장규모는 농기계 시장의 3/4수준 이지만, 관련 인구는 오히려 4배 정도 많아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사료수입 비율도 농기계 수입비율보다 월등히 높아 국산화 필요성과 요구도도 높다. 숫자 세 개로 본 반려동물과 농기계의 비교이다. 반려동물 시장이 아직은 농기계 시장보다 작지만, 관련 시장이 매년 30%씩 증가하고 있어 내년이면 농기계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도 더 늘어날 것이다.
지난해 9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27.2%가 1인가구라고 한다. 가구의 1/4이상이 혼자 살지만, 그 가구 중 상당수가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지 통계에만 잡히지 않을 뿐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은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가구중 21.8%가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지만, 미국은 전체 가구의 68%, 영국은 47%, 일본은 16%가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다고 한다. 이정도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생활이 세계적인 트랜드라고 할만하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가구형태가 바뀌는 이런 추세에 맞게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개 껌, 개 간식, 개 육포는 물론이고, 개 전용 스튜디오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개만 다니는 유치원도 있고, 그 유치원에서 ‘반장 개’도 뽑는다고 한다. 그런 개가 죽으면 장례를 치러주는 상조서비스도 있다. 반려 개와 함께하면서 만족을 느끼고, 이에 적극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게 연구하여 개발할 분야가 많다. 이미 개발된 급이, 배변 장치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반려동물의 음성을 해석함으로써 감정상태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연구도 필요하다. 1인 가구 주인이 출근한 뒤 심심함을 달래줄 반려동물용 장난감도 개발해야 하고, 몸짱이 되려는 반려동물을 위해 전용 운동기구도 만들어야 한다. 심지어 나이 든 반려동물에 맞게 ‘반려동물공학적’ 편이장비를 만들어야할지도 모른다.
이미 축산 자동화쪽에 활용되고 있는 ICT 기술을 활용하여 연구개발할 분야도 많다. 반려동물의 활동패턴을 분석함으로써 스트레스가 적은 활동을 유도할 수도 있고, 전국에 등록된 반려동물 중에서 성격이 가장 잘 맞는 친구를 추천할 수도 있다. 그 반려동물과 ‘우정’을 쌓는 행동패턴을 분석하여 다른 반려동물 삶의 질 향상을 이끌 수도 있다.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을 이용하여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과 반려동물이 휴식시간을 함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기술은 ‘반려견의 시각’에서 시작되고 발전되어야 한다. 그래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의 현장에 바로 쓰일 수 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법이 있다. 「동물보호법」도 있고 「반려동물 산업 육성법」도 곧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농어업인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 예방에 관한 법률」이 있는데, 「반려동물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 예방에 관한 법률」이 없으란 법이 없고,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이 있는데, 「반려동물 삶의 질 향상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면 안 된다는 법도 없다.
세상이 바뀌면 바뀐 세상에 맞게 산업분야도 바뀌어야 한다. 반려동물과 삶을 함께하는 사람이 늘고, 혼자 사는 가구가 느는 것에 맞게 새로운 산업분야가 형성되었다. 그 산업분야에 발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그것이 쪼그라드는 농산업분야를 키우는 한 방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제훈 농업연구관(농촌진흥청 창조행정법무담당관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