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을 시작으로 올해를 ‘뉴 삼성’의 원년으로 삼으려 했던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 가능성에 삼성 '패닉'
1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발표를 지켜본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이 부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 중 구속영장을 받고 수사를 받는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지난 2008년 특검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
삼성그룹은 특검 발표 직후 공식 입장을 통해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당초 ‘유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것에 비하면 표현의 수준이 상당히 강하다. 그만큼 삼성 입장에선 억울하고 답답하다는 얘기다.
삼성그룹은 “(최순실 씨에 대한 자금 지원은)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동안 검찰 및 특검의 모든 수사에 적극 협조할 뜻을 밝힌 만큼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데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 경영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설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는 주장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남아 있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심사 과정에서 구속 수사를 막는데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번 특검의 결정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너 기업인을 무리하게 법적 구속한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왜 국내 대표기업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삼성, 美 해외부패방지법 직격탄 맞을 수도
만약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이 부회장은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남은 추가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럴 경우 삼성의 글로벌 경영에는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우선 미국을 비롯한 해외 다수 국가들은 해외부패방지법(FCPA)를 도입했거나 추진중이다. 이 법은 기업 또는 기업의 자회사가 미국 밖에서 뇌물을 제공했더라도 그 기업에게 대규모 과징금을 물고 영업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죄’와 ‘횡령’, ‘위증’ 혐의가 FCPA에 의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재판 결과 혐의를 벗었더라도 여론의 기억에 각인돼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과거와 같이 활발한 대외활동이 어려울 수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는 최고경영자(CEO)간 교류에 의해 성립되는 사례가 많고, 삼성에서는 지난 10여년 동안 이 부회장이 이 역할을 수행해 왔다”면서 “이번 사태로 이 부회장의 글로벌 입지는 상당히 좁아질 것이며, 더 나아가 삼성의 해외 경영도 차질이 불가피 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이 3년여간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 적용 이유가 삼성이 지주회사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원활히 하기 위해 정부에 대가성으로 자금을 내놓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만 등 기업 인수·합병(M&A), 신사업투자, 고용 등 모든 경영 활동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콘트롤타워 공백 메울 과도기적 TF팀 조직될 듯
특검 발표 후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사장단을 중심으로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그룹은 이미 내부적으로 최상위 등급의 비상경영체제를 이어왔으나 이 부회장 의 구속수사가 임박한 만큼 공백 상태인 메우기 위한 대응체제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운영중인 사장단 협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삼성그룹은 2008년 이후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중심의 독자경영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사장단협의회를 통해 계열사간 업무 협의와 비즈니스 공조 전략을 진행해왔다.
또 그룹 경영의 큰 그림을 그려왔던 미래전략실의 해체가 결정된 만큼,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때까지 미전실의 기존 업무를 맡으면서 규모는 대폭 줄인 과도기 성격의 TF팀이 조직될 가능성이 높다.
이 TF팀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사장)도 참여해 오너 경영공백을 메우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대한 경영 정상화에 온 힘을 기울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법원의 올바른 판결을 통해 오해를 푸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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