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씨가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 소환을 거부하다 25일 체포된 최순실씨가 출석에 앞서 취재진에게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 가운데 특검팀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며 철저한 수사를 다짐했다.
특검의 계속된 소환 요구에 불응하다가 이날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돼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최씨는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공동체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외쳤다.
최씨는 "너무 억울해요, 우리 애들까지, 다 어린 손자까지 이렇게 하는 것은…"이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이 특검보는 최씨의 이런 주장이 "지금까지 최씨의 행동을 보면 근거 없는 트집을 잡아 특검 수사에 흠집을 내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씨가 '경제공동체' 등을 언급하는 것으로 봐서는 미리 진술을 준비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최씨가 박 대통령과의 경제적 이해관계 등 소위 '경제공동체' 논리와 관련한 부분이 논란거리임을 알고 대응했다는 취지다.
취재진 앞에서 작심한 듯 고성을 쏟아낸 최씨는 특검 사무실에 올라가서는 특별한 발언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공개적으로 특검 수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조사실에 들어가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최씨의 태도는 체포영장 유효 기간인 48시간 내내 묵비권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검사의 추궁에 입을 꾹 다물고 일절 대응하지 않는 방식이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도 최근 "특검의 체포영장 청구는 자유지만 최씨에게도 법에 보장된 권리가 있으니 최소한의 자기방어를 할 것"이라며 묵비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다.
특검팀은 최씨가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그대로 피의자 신문조서에 남긴다는 방침이다.
이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묵비해도 조서는 그대로 작성된다. 조사에는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통상 수사기관에 불려온 피의자가 입을 다물면 조서에는 '묵묵부답' 또는 '답변 없음' 등으로 표기된다.
특검팀의 이런 전략은 굳이 최씨의 입을 통해 진술을 받지 않더라도 혐의를 입증을 증거가 충분하다는 자신감으로 읽힌다.
특검팀이 굳이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아 최씨를 조사실에 앉힌 것은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본인의 소명을 듣기 위한 절차라는 해석이다.
특검팀이 이날 최씨를 상대로 추궁할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와 관련해서는 이미 관련자 진술과 증거가 충분히 확보된 상태다.
이대 비리와 관련해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류철균·이인성 교수 등 핵심 인물 4명은 이미 구속됐다.
본인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충분히 확보된 경우 최씨의 이런 비협조적 태도는 오히려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불러 조사했다.
조 전 장관이 21일 구속된 이래 특검 출석은 이번이 네 번째다. 하루를 제외하곤 매일 특검 조사를 받는 강행군이다. 조 전 장관과 함께 구속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소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을 구속한 이후 박 대통령의 역할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와 관련해 실무진 보고를 승인하거나 묵인·방조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특검에서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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