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사법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리며 제동을 걸자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 고등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불투명한 가운데 반이민 행정명령에 따른 혼란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4일(이하 현지시간) 저녁 미국 법무부는 시애틀 연방 지방법원의 반이민 행정명령 중단 결정을 무효로 해달라며 연방 항소법원에 항소 통보서(Notice of Appeal)를 제출했다.
앞서 3일 시애틀 연방 지방법원의 제임스 로바트 판사는 이슬람권 7개국 출신의 미국 입국과 비자발급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대통령 행정명령을 미국 전역에서 잠정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법이나 LA 연방지법 등이 주 단위로 행정명령 이행을 금지하는 긴급명령을 내린 적은 있지만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행정명령 중단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말 플로리다 리조트에서 휴식을 취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폭풍 트윗을 올리면서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4일 트위터에서 “우리나라에서 법 집행력을 빼앗아가는 소위 판사라는 작자의 의견은 터무니없고 결국 뒤집힐 것이다!”라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또한 트럼프는 "판사의 결정으로 악의적인 이들이 미국에 들어오게 되면 우리나라에 무슨 일이 닥치겠는가?“라며 "판사가 입국 금지를 해제했기 때문에 위험하고 불량한 사람들이 대거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올지도 모른다. 정말 끔찍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법원의 결정은 헌법의 승리이자 미국적이지 않은 행정명령은 우리를 결코 안전하게 만들 수 없다고 믿는 이들의 승리"라며 이번 결정을 추켜세웠다.
한편 이번 시애틀 연방지법의 판결로 무슬림 입국 금지 영향 하에 놓였던 비자 6만개가 다시 활성화되고 7개국 국민들의 미국 입국이 가능해졌다.
미국 국무부는 법원 결정에 따라 유효한 미국 입국 비자를 소지한 이들의 미국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 대변인도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라 취해진 모든 조치를 유보하고 “표준 절차에 입각하여” 입국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합법적이며 적절하다”고 옹호했다.
항공사들은 7개국 국적자들의 미국행 탑승을 허용하기 시작했고 미국 입국을 기다리던 승객들은 부랴부랴 공항으로 몰려들었다고 AP 통신 등은 보도했다.
다만 일부 항공사는 백악관 반발에 따른 법정공장 속에서 입국이 다시 막힐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했다. 7개국 출신의 승객들은 미국 입국이 언제 다시 막힐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분주하게 미국행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테러위험 이슬람권 7개국 출신의 미국 입국 및 비자발급을 90일 동안 금지하고 난민 입국을 120일 동안 불허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미국 전역과 세계 곳곳에서는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미국 연방법원에도 수십 건의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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