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칼럼] 김정남 피살의 의미와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안정성 변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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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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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가능성 높아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지난 2월 13일 오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한인으로 추정되는 여성 2명에 의해 독액 스프레이로 피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의 시체를 부검 중이므로 그의 사인은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의 직접적인 승인이나 동의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최근 국내의 한 언론(경향신문/주간경향)이 2012년 김정남 망명 시도를 구체적으로 보도했는데 김정은이 이 같은 보도를 접하고 격분해 김정남 암살을 지시했거나 김정남이 망명을 시도해 김정은이 그것을 막고자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남은 그가 김정일의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후계자로 결정되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오랫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3대 세습’과 북한체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했다. 그리고 김정일 사망 직후에는 김정은이 그에게 충분한 생활비를 보내지 않는 것을 지적하면서 자신을 ‘형’으로 대우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 김정남이 2012년 12월 한국 대선 전에는 유럽이나, 미국 또는 한국 망명 가능성을 타진했었다. 당시 김정남이 가장 선호한 망명지는 유럽이었지만 북한 지도부나 군수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갖고 있는 않는 그에게 호화스러운 생활을 보장해줄 유럽 국가는 없었다. 미국 또한 정보 가치가 별로 없는 김정남의 지나치게 높은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김정남은 한국 망명도 고려했지만 한국으로 망명할 경우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처럼 피살될 가능성을 우려해 결국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과 북한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김정남이 2013년 12월 장성택의 숙청 이후에는 외국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김정은을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했었다. 그런데 서구인들이 보기에도 매우 호화스러운 생활을 영위하며 김정은이나 김경희에게 고액의 생활비를 요구하는 김정남은 북한 지도부에게 ‘눈에 든 가시’ 같은 존재였다.

현재 북한은 2016년 두 차례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간부들도 외화 상납 압박으로 큰 고충을 겪고 있는 상태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만약 김정남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고액의 생활비를 보내지 않으면 망명하겠다’고 김정은을 협박했다면 북한 지도부는 김정남과 타협하는 대신 ‘암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수 있다.

이번 김정남의 피살에는 북한의 정찰총국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 정찰총국이 김정남 감시를 맡아왔고 정찰총국은 요인 암살에 관여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김정남을 독살한 여성들이 말레이시아 당국에 의해 체포될지는 불확실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북한은 다시 미국 의회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북한의 테러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압력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동안 김정남을 보호해왔던 중국과 북한 간의 관계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은 김정남을 암살함으로써 ‘눈에 든 가시’를 제거했을지는 모르지만 북한의 더욱 심각한 고립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 같은 국제적 고립은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의 불만을 고조시킴으로써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안정성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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