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1급 멸종위기 저어새 잡아 AI 연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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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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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경제부 기자[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사태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전국에서 창궐한 AI는 사상 최악의 피해를 갱신했다. 여기에 이달 초 발생한 구제역으로 축산 농가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가축방역의 성패는 짧은 시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제대로 된 방역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형적인 탁상행정, 실적 위주의 무대포식·주먹구구식 정책은 방역 현장에서 혼란만 부추긴다.

대표적인 사례가 'AI에 대한 저어새 연구'다.

지난해 정부는 세계 1급 멸종위기동물이자,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를 AI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연구대상에 올렸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년 간 약 30억원을 들여 진행 중인 이 연구는 철새 335마리에 GPS 위치추적기를 달아 고병원성 AI 유입 가능시기, 전파가능성 등을 조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문제는 저어새가 한국에서 AI에 걸린 역사가 없는데도 연구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저어새를 포함한 여름철새는 AI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적이 거의 없어 연구할 명분이 적다. 이는 검역본부가 여름철새가 아닌 겨울철새를 대상으로 연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여름철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 AI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전력이 있거나, 개체수가 많은 철새를 대상으로 연구해야 한다. 지구상에 생존하는 저어새는 3200마리 정도로, 개체수가 매우 적은 1급 멸종위기 동물이다.

검역본부가 포획한 저어새 5마리는 몸무게의 5%에 달하는 무거운 GPS 위치추적기를 등에 달고, 1800여km를 날아 대만과 홍콩, 한국 등지를 오가며 생존에 몸부림치고 있다. 2월 현재 4마리는 대만 타이난시에 있고, 한마리는 행방불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는 20여 년간 가축질병 피해로 수십조원에 이르는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방역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준비한 자 만이 좋은 결과를 얻는다. 바이러스와 면역체계가 진화하듯이 방역체계도 변화해야 가축질병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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