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의혹의 중심인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에 실패해 정작 본질을 파헤치는 데는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란 산은 끝내 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30명 기소...역대 최다
2016년 12월 1일 박 대통령이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전 서울고검장을 '최순실 특별검사'에 임명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로부터 정확히 20일 뒤 현판을 내걸며 그야말로 '슈퍼특검'은 본격 가동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전방위적으로 겨냥했고,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여기서 파생된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의 전격적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첫날부터 관련자들을 잇따라 소환했다.
'법꾸라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특검의 촘촘한 수사망에 결국 걸려들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13명을 구속·기소했다.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을 구속한 데 이어 두 차례 영장 청구 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앞서 최씨와 박 대통령이 공모해 약 53곳의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773억원을 출연토록 강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검은 이후 미르·K재단 외에도 최씨 일가에 거액을 지원한 의혹이 제기된 삼성그룹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박상진 대외협력담당 사장을 비롯해 그룹 수뇌부 5명을 일괄 기소했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법상 배임 혐의로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화여대 학사 비리 등을 파헤쳐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21)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학사특혜를 들춰냈다. 연장선에서 최경희 전 이대 총장과 김경숙 전 학장, 이인성 교수 등 관련자들을 구속하며 수사의 마침표를 찍었다.
'보안손님'으로 구분되며 박 대통령에게 수 차례 보톡스 시술을 한 '비선 진료' 사실을 확인하고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 거물급·중량급 전·현직 공직자를 대거 구속시켰다. 1000여 명의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에서 배제시킨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에서도 결과물을 냈다.
◇SK·롯데 등 재계 뇌물죄·우병우 수사는 특수본 몫으로
아쉬움도 남는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박 대통령의 행적을 둘러싼 의문에서 시작된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는 의혹을 풀지 못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죄로 기소했지만, SK·CJ·롯데 등에 대한 수사는 결국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영장 기각으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도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특검법 수사대상 1호로 적시됐던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은 정작 수사를 피해갔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이란 문 턱에서는 제동이 걸렸다. 특검에게 남은 건 대규모 피의자를 재판에 넘긴 이들의 죄를 증명하는 일이다. 수사 기간이 끝남에 따라 법무부가 현재 특검으로 파견한 인력의 복귀결정을 내리면 이들은 검찰로 돌아간다.
특검은 법무부에 검사 파견을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보냈지만 법무부가 다 받아들이지는 않고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 양석조 부장검사 등 8명만 잔류를 승인했다. 특검은 수사 종료를 기점으로 모든 수사 기록을 정리해 사흘 내 자료를 검찰로 넘길 방침이다. 특검의 공소 유지는 법무부와의 협의가 되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특검팀이 해체되면서 검찰은 과거 '최순실 게이트'를 담당한 특별수사본부를 다시 가동한다. 특검은 김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 등 기소자 대부분이 무죄를 주장하는 만큼 법정에서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90일 동안 법과 원칙에 따라 특검법에 규정된 임무를 수행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 검찰과 협조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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