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허희만 기자 =충청남도 보령시 서해안 작은 섬에 한 명의 아이를 위해 10년 만에 다시 학교 문을 연 사연이 지역주민과 교육계의 감동 사연으로 떠오르고 있다.
충청남도교육청(교육감 김지철)은 지난 3일 보령시 오천면 녹도에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류찬희(8)군을 위한 학교(학습장)을 개설하고 부모와 마을 주민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입학식을 개최하고 수업에 들어갔다.
2006년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된 청파초등학교 녹도분교가 청파초등학교 호도분교 녹도학습장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녹도에 다시 초등학교 교육이 재개된 것이다. 폐교됐던 지역에서 학교교육이 재개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이민철 청파초등학교 교장의 환영인사로 시작된 이날 입학식에는 인근 섬마을 호도분교의 고가은 양도 함께했다. 행사는 호도분교에 재학 중인 선배들의 축하공연과 김성용 마을이장의 감사인사, 선생님과의 상견례 순으로 진행했다.
이날 마을 주민들은 한 때 120여명의 학생들로 북적이던 녹도초등학교의 과거를 회상하며, 마을회관에 모여 10여년 만에 다시 학교와 학생이 생겼다는 기쁨과 찬희 군의 입학을 축하하는 잔치를 벌였다.
녹도는 보령시 오천면에 속하는 섬이다. 대천항에서 외연도까지 하루 두 번 운행하는 여객선의 중간 기점에 있는 섬으로 대천항에서 40분 정도 걸린다.
이 섬에 학교가 다시 열리게 되기까지는 지난 해 목회활동을 위해 이 섬에 이주한 찬희 군의 아버지 류근필 씨와 마을주민들의 간절한 요청이 큰 역할을 했다.
학교가 없어 옆 섬마을 학교인 청파초 호도분교에 진학해야 했던 찬희 군의 부모는 통학할 마땅한 수단이 없자 지난해 김지철 충남교육감에게 "아무리 어려워도 가족은 함께 해야 하며, 의무교육 대상자인 찬희를 국가가 책임져 달라"는 편지를 보냈고, 이러한 찬희 군 가족의 바람을 섬마을 주민들도 성원했다.
이에 김 교육감은 적극적인 검토 지시를 했고, 충남도교육청과 보령교육지원청은 심사숙고 끝에 녹도에 순회교육 학습장을 설치, 옆 섬마을인 청파초등학교 호도분교의 교사를 녹도에 순회교사로 파견키로 했다.
이러한 결정은 의무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책무성과 한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충남도교육청의 철학이 담긴 정책 결정이었다.
류근필 씨와 마을 주민들은 "우리 마을에 다시 학교가 생겨서 아이들 웃음소리와 함께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밑거름을 놓았다"며 폐교지역에서 교육을 재개한 도교육청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정부에서 비용효율에 따른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녹도에서 학교교육을 재개키로 한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교육의 본질, 마을에서 학교의 역할을 돌이켜볼 때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며 "충남도교육청은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지역과 마을을 살리는 교육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