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기획] '새로운 도전의 땅' 아프리카가 열린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3-07 04:3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세계적 주목도 높아져

  • 중국, 일본 등 일찌감치 진출…"정부와의 협업 중요"

 

[사진=박세진 기자,. 그래픽=임이슬 기자 ]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 ‘미래의 거대 소비시장’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기술 및 교육수준도 높아지면서 대륙의 발전은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에 중국 일본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인도, 브라질, 터키 등 신흥국들도 진출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진출은 빈약한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이제 한국 기업은 중국과 미국 일변도의 무역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아프리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진출에 대한 관심에 비해 아직 우리에겐 충분한 정보나 관련자료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프리카라는 새롭지만 낯선 시장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아주경제는 10회에 걸쳐 매주 아프리카의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우선 첫 회로는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아프리카 전문가로 알려진 이진상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교수(한국아프리카학회 회장)와 한국의 발전 모델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직접 한국에서 연구과정을 밟고 있는 원두우센 키풀루 월더미카일 (Wondwossen Kiflu Woldemichael) 前 에티오피아 교육부 차관을 초청해 아프리카의 '새로운 부상'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이진상 교수 
現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기술경영학과 교수(국제지속발전연구원 원장)
現 한국 아프리카학회 회장
주요경력 :
前 덕성여자대학교 특임교수(국제개발협력센터장)
前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국제개발협력, 경제개발 및 성장과 글로벌화, 아프리카 경 제개발 등)
前 (주)델파이리서치 대표이사
前 국무총리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평가관리팀장
前 아디스 아바바대학교 및 에티오피아 공무원대학교 교수
학력 :
영국 스트라스클라이드대학교 개발경제학 박사
영국 랭커스터대학교 경제학(국제무역 및 금융)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경제학 학사

원두우센 키플루 월더미카엘(Wondwossen Kiflu Woldemichael)
現 카이스트 기술경영학 박사과정 중
국적 : 에티오피아
주요경력:
前 에티오피아 교육부 차관
前 에티오피아 역량강화부 엔지니어링 부문 사무총장
前 에티오피아 노동 및 도시 개발부 수석 엔지니어
前 에티오피아 수자원위원회 디자인 및 상임 엔지니어
학력 :
이탈리아 로마 라 사피엔자대학교 경영학 석사
하버드대학교 최고중역 펠로우프로그램 수료
인도 안나대학교 토목공학 학사
 

아프리카의 주요 경제국들 [그래픽=임이슬 기자 ]


: 일단은 원두우센 전 차관의 한국에 대한 관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원두우센 전 차관은 에티오피아에서 오랜 기간 공직에 몸담았고, 인도와 이탈리아에서도 학위를 이수한 바 있다. 한국에서 Ph.D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W: 대학 졸업 후 바로 정부에서 일하기 시작했으며, 32년간 에티오피아 정부에 일한 바 있다. 인도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으며, 이탈리아 대학에서 석사를 마쳤다. 한국의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KAIST에서 기술경영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에서 처음 15년간은 건설 부문에서 일했고, 인프라 부문과 관련한 직무를 했다. 이후 16년간은 교육 분야에서 근무했다. 당시에 한국의 교육제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KAIST에 대해서도 알게 됐으며, 한국의 발전의 원동력이 기술의 발전에서 왔다고 믿게 되었다. 그 이후 혁신과 과학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를 원했고, KAIST에 Ph.D를 지원하였고 한국에 오게 됐다.

이: 최근 세계 경제 추세를 보면, 이른바 '아프리카 러시'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미국, 유럽의 국가들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일본, 터키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 및 브라질 등 많은 국가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왜 지금 아프리카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W: 역사적으로 본다면 유럽은 오랫동안 아프리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식민지로 삼으면서 일찌기 진출했었다, 최근 중국, 인도, 일본, 터키, 브라질 등 여러 국가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정치적 및 경제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현재의 세계는 한국이 막 산업화를 시작하던 50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미국 및 유럽에 집중되어 있던 경제력이 분산되면서 이른바 전 세계가 다권력(multi-polar global powers) 시대에 접어든 상태이다. 때문에 각 국가들은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려고 한다. 이런 것이 정치적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아프리카는 10억 인구의 시장이다. 매력적인 시장이 되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지난 15년 동안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은, 최근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소득이 늘면서 구매력을 가진 중산층이 급증하고 있다. 이것은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진출 이유가 되며, 여러 국가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중국과 일본의 아프리카에 대한 진출이 최근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들 국가가 적극적으로 아프리카진출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W: 중국, 인도, 남미 등 많은 지역들의 경제가 규모면에서 과거에 비해 많이 커졌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여전히 개발되지 않아 개척할 지역도 많은 곳이다. 각 국가들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도 있다고 보지만, 동시에 경제적인 이유도 크다고 본다. 인건비가 낮은 아프리카는 비용 대비 생산성이 높은 지역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섬유와 같은 경공업 분야에서는 특히 경쟁력이 있다. 중국의 경우 최저임금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으며, 동남아도 마찬가지이다. 아프리카는 1/8~1/10의 낮은 임금에 숙련된 노동력은 쉽게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유럽과의 지리적 근접성도 커다란 장점이 되어 유럽으로의 수출품을 생산하는 생산기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아프리카는 초기 산업화단계이며 경공업 분야의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

이: 한국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한다면 어느 부분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뛰어난 부분은?

W: 기계, IT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가 아프리카에서도 경쟁력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프리카에서는 한국 상품의 질에 대한 신뢰가 높다. 대표적으로 삼성 휴대폰의 경우 아프리카에서 인기가 많으며, 매우 잘 알려진 브랜드다. 아프리카의 많은 기업들이 한국산 기계류를 찾고 있다. 내가 작년 여름 한국에 온 뒤로, 예전에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한국에 와서 어떠한 물건을 사고 사업을 해야 할지 알고 싶다는 연락을 많이 했다. 한국 상품의 가격은 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중산층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므로, 가격 보다는 품질에 대한 요구는 높아 별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본다. 미래에 수요가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한국기업들의 진출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한국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전히 한국의 기업들은 아프리카 투자에 대해서 미온적인 경우가 많다. 기업들이 아직도 망설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W: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이어야 한다. 다만 먼저 진출하는 기업들은 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기반을 먼저 다지는 기업들은 그만큼 혜택을 받는 측면이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한국 기업들이 지나치게 신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진출할 경우 한국은 선두 주자는 아니더라도 두번째나 세번째 주자의 위치는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이미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선두주자의 위치를 점거했다. 지리적으로 멀기도 하고, 생소한 지역이라 민간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아프리카투자와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경우에는 중국 정부와 민간기업의 공조가 매우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민간기업 뒤에 정부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 아주 좋은 부분을 지적하신 것 같다. 중국의 경우에는 정부가 민간 기업의 투자에 대해 일정부분 보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아프리카 사업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긴다면, 이 부분의 리스크를 정부가 일부 떠안는 것이다. 주제를 바꾸어, 금융 분야에 대해 살펴보면, 최근 몇 년간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했다가 투자환경이 여의치 못해서 철수한 사례들이 있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W: 개인적으로 금융이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의 금융시장의 기반이 아직 미약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개방이 매우 복잡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본다. 금융시장을 외국 투자자들에게 섣불리 개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지난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 투자자들에 대한 금융분야 투자는 자국의 경제에 매우 민감한 부분이 될 수 있다. 각 국가의 금융당국들이 금융 개방에 대해 일정 부분 미온적인 것은, 1990말 아시아 경제 위기의 선례에 따른 것일 수 있다.

이: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이 비전 2063으로 장기 경제발전 계획을 세웠는데, 모든 국가가 중진국가로의 진입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목표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나?

W: 한국은 개발초기 단계에,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마련하여 성공적으로 달성하면서 급속한 경제 발전을 꾀했다. 이에 비해 아프리카는 50년에 대한 계획이다. 한국에 비하면 매우 느린 속도의 계획이며, 목표치도 무리하게 잡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웃음). 우리의 목표는 아프리카연합의 모든 회원국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제조업과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재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아마도 모든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국 모델을 받아들인다면 성공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며, 기업들의 인력 양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효율적인 교육 제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바로 이런 점이 우리가 한국으로부터 배워야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연합에서 내세운 2063년까지의 개발 계획은 합리적 목표를 세웠다고 생각한다.

이: 아프리카연합의 장기적인 비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W: 아프리카의 나라들마다 경제, 사회, 정치, 문화가 각각 다른 점들이 있다. 발전 속도도 다르고, 여건도 다르다. 때문에 많은 도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많은 나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일단 아프리카연합이 제시하고 있는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각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성장하여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하는데 있어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함께 노력한다면 더욱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최근 몇몇 국가들은 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천연자원이 없어도, 경제성장률이 자원을 많이 가진 자원부국들보다 더 높은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W: 자원의 저주라는 말이 있는데, 자원이 직접적으로는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제대로 관리와 이용을 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는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풍부한 자원은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재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원은 장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기술자와 과학자들을 유치하여 자원개발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풍부한 자원은 이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 서로 쟁취하기 위해 대립한다면 자원의 저주가 일게 된다. 자원이 부족한 국가들은 인재양성으로 국가 발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과는 비교가 안된다. 현재 한국에서는 인구 백만명당 과학자가 4,000-5,000명에 달하지만, 에티오피아의 경우에는 40-50명에 불과하다. 이같은 비교는 에티오피아가 얼마만큼 더 나아가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한 보기이다.

이: 최근 경향을 보면 자원이 없는 국가인 에티오피아와 르완다의 경제 성장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W: 이들 국가들의 경제성장은 아프리카 다른 국가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반복적으로 이야기하지만,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인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교육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적 기술을 가지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과학기술의 힘은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물론 기술 분야에 있어서는 모방이 먼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시작해야 발전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자원에만 의존하는 것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에는 도움이 안된다고 본다. 에티오피아와 르완다는 자원이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인재개발에 역점을 두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많은 자원부국 보다도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며, 우선 풍부한 자원과 저비용의 노동력 등을 이용해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마지막으로 한국과 아프리카의 협력에 대해 한마디를 해준다면?

W: 앞서도 강조했듯이 아프리카는 유럽과 가까운 생산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곳이며, 다른 개발지역에 비해 훨씬 저렴한 노동력 제공이 가능하다. 또한 10억 이상의 인구에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경우에는 전자기기 생산 등을 위한 적합한 기후를 가지고 있는 국가다.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버리고, 자세히 알아본다면, 많은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현재 수많은 나라들이 아프리카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고 협력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도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기업이 아프리카에 빨리 오기를 바란다. 이는 아프리카와 한국이 공동의 이익 추구가 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