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자살보험금 논란 일단락 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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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0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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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전운 기자 = 12년 간 이어졌던 자살보험금 논란이 일단락됐다. 금융당국의 중징계에 빅3 생보사가 보험금 전액을 지급키로 하면서 2005년부터 법적 소송이 시작됐던 보험사와 계약자간 자살보험금 지급 논란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뒷마무리가 개운치 못한 모습이다. 그동안 유례가 없었던 '징계 번복'을 금융당국이 자행하면서 감독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원칙을 깬 행태에 금융업계와 소비자들의 신뢰 역시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달 23일 재해사망특약의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 3곳에 대해 중징계 방침이 확정했다.

회사별로는 삼성생명이 영업정지(재해사망보장 신계약 판매정지) 3개월, 한화생명 2개월, 교보생명 1개월 등의 징계를 받았다.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문책경고를, 교보생명이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대표이사가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 불가는 물론, 다른 금융회사에 3년간 재취업이 금지된다. 교보생명은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자진해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해 중징계를 피했다.

문제는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지 11일만에 입장이 바뀐 것이다. 예상 밖의 중징계로 영업정지를 비롯해 신사업 진출이 불투명해지고, CEO들의 자리까지 위태로워지자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곧바로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보험금을 전액 지급한다고 발표하자 감독당국은 곧바로 이달 1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다시 열고 제재수위를 재결정한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전액(지연이자 포함) 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중대한 사정변경이 발생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안이 보험산업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만큼 금융당국 단독으로 결정하기보다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제재심의 위원회의 의견을 다시 듣고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두 보험사가 끝까지 버티다 결국 백기투항을 했으니, 금융당국도 이에 맞게 징계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도다. 누가봐도 징계 수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행동에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징계 수위를 바꾸는 것에 문제를 삼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금융산업을 관리·감독하는 기구가 일관성 없는 징계를 내리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의 논리대로라면 일단 징계를 내리고, 금융사가 그때가서 백기투항을 하면 언제든지 징계 수위를 뒤엎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고무줄 판결'인 셈이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에 중징계를 내렸던 것은 보험사들이 소비자와의 약속인 약관대로, 자살보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소비자와의 신뢰를 어겼기 때문에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저지른 과거의 위반 행위는 그대로인데도 이들이 백기투항 하자 징계수위를 낮춰주겠다며 입장을 바꾼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를 해놓고, 막상 피고인들이 잘못했다며 입장을 바꾸면 재판이 열리기 전에 기소장을 다시 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뒤늦게 입장을 바꾸자, 감독당국의 입장도 난처해졌다"고까지 말했다.

금융당국이 빅3 생보사에 중징계를 내린 이유는 소비자와의 약속인 약관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자와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게 중징계 취지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제재 수위를 재결정하기로 하면서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다. 금융 소비자와 금융사의 절대적인 신뢰가 필요한 금융당국이 감독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나라의 금융산업을 관리관독하는 기구로서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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