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은 이달 13일 주주총회를 열어 이승호 전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을 2대 사장에 선임했다.
국토부 측은 이승호 대표가 교통 분야에서 오래 몸담아온 만큼 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대표는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도시계획학도 전공한 바 있다. SR 대표로 선임되기에 학력, 경력 모두 충분한 요건을 갖춘 셈이다.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숙련도가 높은 인물이라면, 퇴직 관료 출신이라 해도 산하기관 이동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할 이유는 없다. 이 자체가 역차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SR은 엄밀히 공공기관이 아닌 주식회사여서 공직자 재취업 심사 대상 기관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게다가 김복환 SR 초대 사장의 임기 만료 시점이 작년 12월 27일인 점도 문제다. SR 측이 연초부터 무려 2개월 이상 사장 자리를 비워뒀다가, 3월에 이르러서야 재빠르게 이승호 대표에게 자리를 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SR의 사장 선임을 위한 모집공고 절차가 생략됐다는 점도 낙하산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승호 대표를 추천한 기관이 바로 코레일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코레일이 SR의 지분 41%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있다 해도, 양 기관은 엄연한 경쟁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관계다.
결국 이번 이승표 대표 취임은 낙하산 논란은 물론, SR이 애초부터 코레일, 국토부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조직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데 문제가 있다.
SR은 우리나라 고속철도의 새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야심차게 출범한 조직이다. 국민들도 코레일과의 경쟁을 환영하며 SR의 새로운 컨텐츠 도입에 호응하고 있다. 특히 출범 초창기인 만큼 어느 조직보다도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경영진을 필요로 한다.
물론 SR이나 국토부는 신임 대표의 '스펙'을 이유로 들어 그가 충분히 SR 비전에 부합하는 적임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후보군 물색없이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사천리로 '국토부맨'을 앉혀야 했는지에 대한 아쉬움은 진하게 남는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통용되기에 SR은 출범 100일째로 첫 걸음을 갓 뗀 조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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