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4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장관회의에 불참하는 대신 미·중 정상회담을 지원하고 이후 러시아를 방문하기로 했다.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우선순위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4월 5~6일로 브뤼셀에서 열리기로 한 나토 장관회의에 불참 의사를 밝히고 회원국들에게 논의 일정을 다시 조율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나토 회의에는 토마스 섀넌 국무부 차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에 남아 4월 6~7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지원하고 뒤이어 5월 초 러시아를 방문하기로 했다.
독일 관영매체 도이체벨레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 소식을 접한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나토 경시가 표면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이런 우려를 감안한 듯 21일 성명을 통해 5월 25일로 예정된 나토 정상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 정상들과 만나 나토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나토의 역할과 동맹의 책임 공유 등 주요 사안을 함께 논의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의 나토 장관회의 불참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둘러싸고 가뜩이나 동맹국들의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은 최근 나토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앞서 누누이 나토를 “구식”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나토 무용론을 제기해왔다. 또한 며칠 전 트럼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트위터를 통해 “독일은 나토와 미국에 막대한 돈을 빚지고 있다”면서 나토의 방위비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미국 외교 전문가들 역시 미국이 가장 강력한 우방의 신뢰를 버리는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 나토 주재 미국 대사였던 이보 달더는 “이번 결정은 실수”라면서 “국무장관이 나토 회의를 건너뛰기로 한 것은 놀랍고 전례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나토 외교관 역시 CNN에 "틸러슨 장관이 이번 달에 중국을 방문했고 다음 달 러시아를 방문하기로 했으면서 중간에 있는 나토 회의를 안 간다는 것은 정말 희한한 일"이라며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은 나토에 일방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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