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트럼프 친성장 아젠다에 대한 월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작년 대선 이후 미국 증시가 10% 이상 급등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부양책과 친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의료보험 개혁을 비롯해 트럼프의 정책 추진에 차질이 생길 경우 증시 급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트럼프케어를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첨예하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케어에 대한 반발이 나오고 있어 23일(이하 현지시간) 의회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 행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의료보험 개혁안이 의회에서 좌초될 경우 앞으로 나올 인프라 지출, 감세, 규제완화 등 성장 중심의 정책들도 줄줄이 지연될 수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우려로 인해 21일 미국 증시는 작년 대선 이후 처음으로 S&P500지수와 다우지수가 1% 이상 추락하기도 했다.
린제이그룹의 피터 부크바 수석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정책이 상당 시간 지연될 경우를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지금까지 워싱턴이 원활하게 돌아간 적이 없었는데 시장이 너무 순진했다”고 지적했다.
22일 시장은 다소 안정을 되찾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상당폭 조정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트먼 레터를 발행하는 데니스 가트먼은 미국 증시가 5% 이상 조정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2일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21일 증시 급락은 5% 조정을 시작을 알리는 것이며 어쩌면 시간을 두고 조정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UBS 역시 21일 조정장을 예상했다. UBS의 줄리안 에마뉴엘 전략가는 애널리스트 노트를 통해 “앞으로 5~10% 가량 조정장을 예상한다. 수 주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이미 불안의 징후는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랠리’를 주도했던 은행, 제조업, 소형주가 약세로 돌아섰고 유가는 배럴당 47달러까지 붕괴됐다. 미국 달러는 일본 엔화 대비 4개월래 최저까지 내려갔고 공포지수로 알려진 변동성지수도 상승 신호를 보내고 있다. 불안감이 클 때 가치가 오르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올해 들어 8% 올랐고 국채로도 자금이 몰리면서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39%까지 떨어졌다. 2주 전만해도 2.62%였다.
과도한 밸류에이션를 경고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늘어나고 있다. 뱅크오프아메리카 메릴린치가 최근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4%는 증시가 ‘과잉매수’ 상태라고 말했다. 2000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잉매수가 필수적으로 시장 급락을 동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증시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물론 시장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의회에서 트럼프케어가 차질 없이 통과되거나 혹여 제동이 걸리더라도 감세안이 바로 추진될 경우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오바마케어 폐지를 둘러싼 논의가 워싱턴에서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증시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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