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은 23일 긴급 재정위원회를 열고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에게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소속 구단인 오리온은 경고를 받았다.
‘불성실한 경기를 했다’는 것이 이유다.
추 감독은 전날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 홈경기에서 애런 헤인즈와 이승현, 문태종 등 핵심 주전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결국 오리온은 83-100으로 졌다.
추일승 감독으로서는 황당하고 억울할 수밖에 없는 KBL의 징계다.
선수 기용은 절대적인 감독 권한이다. 오리온은 사실상 정규리그 1위가 좌절된 상태였다. 안양 KGC인삼공사가 남은 두 경기에서 모두 지고 오리온이 모두 이겨야 1위가 뒤집어질 수 있었지만, 객관적 전력으로 희박한 확률이었다. 인삼공사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하위권 두 팀과 홈경기를 남겨두고 있었다.
추 감독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헤인즈와 이승현, 문태종 모두 올 시즌 부상으로 고생한 선수들이다. 플레이오프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수들이기도 하다. 남은 경기에서 정규리그 1위 욕심을 냈다가는 더 큰 악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추 감독이 주축 선수들을 제외하고 경기를 포기했을까. KBL이 문제를 삼은 해당 경기를 보면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이날 코트에서 뛴 오리온 선수들은 전력을 다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감독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경기 막판 점수 차가 벌어졌지만, 경기 내용도 접전이었다.
그러나 KBL 눈에는 ‘최선’이 아닌 ‘불성실’로 비춰졌나 보다.
KBL이 판단한 불성실의 기준은 매우 애매하다. 156일 동안 치르는 정규리그 54경기는 강행군이다. 2.9일당 1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 중에는 백투백 경기도 있다. 또 KBL은 선수층이 얇아 주축 선수들의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휴식’보다는 ‘혹사’ 논란이 일어나곤 한다.
단기전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또 KBL은 정규리그보다 플레이오프 우승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정규리그보다 주축 선수들의 비중은 더 높아진다. 감독 입장에서 부상 경력이 있고 잔부상이 있는 선수라면 정규리그 막판 아껴야 한다.
KBL은 감독의 고유 권한에 개입했다. 불성실한 경기를 이유로 들었지만, 명백한 월권 행사다. ‘비디오판독이 한 번도 없었다’는 KBL의 근거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매 경기 심판의 오심이 나오고 있다는 것까지 인정한 셈이다.
이젠 오리온을 포함해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6개 구단의 남은 경기가 궁금해졌다. 감독들도 고민을 해야 할 판이다. 주축 선수들을 벤치에 앉혀 휴식을 줄 것인가, 아니면 ‘KBL이 원하는 최선’을 위해 코트에서 끝까지 뛰게 둘 것인가.
KBL에 반문하고 싶다. 그러다 혹시라도 팀의 에이스가 부상을 당하면 KBL이 책임을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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