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주력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내세우지만 이에 필요한 연구·개발(R&D) 투자는 선진업체에 비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석유화학업체 4곳이 지출한 R&D 비용은 총 83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R&D 투자액 6888억원 대비 20.8% 증가한 규모다.
이들 업체 중 가장 많은 R&D 비용을 지출한 곳은 LG화학이다. LG화학의 지난해 R&D 비용은 6780억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R&D 지출 비중이 3.28%에 달했다.
LG화학은 그동안 R&D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다. 2014년과 2015년 R&D 지출 비용은 5112억원, 5566억원으로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26%, 2.75%였다.
특히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1조원을 R&D 분야에 투자하는 한편 투자 규모를 해마다 10% 이상 늘린다고 최근 밝혔다. 이로 인해 LG화학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용은 4%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이처럼 R&D 투자 비용을 늘린 것에 대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R&D 강화 기조에 발을 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는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사업 기회와 성과로 연결되는 R&D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나머지 업체들의 R&D 투자비는 여전히 저조한 상태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롯데케미칼은 올해 역시 R&D 투자비중이 1% 미만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R&D에 636억원을 지출했으며, 매출액 대비 비중은 0.48%에 그쳤다. 앞서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398억원, 527억원을 투입해 비중은 0.27%, 0.45%에 머물렀다.
한화케미칼 역시 예년 수준으로 R&D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한화케미칼은 2014년부터 3년간 해마다 400억~500억원 규모를 R&D 비용으로 사용해왔다.
같은 기간 금호석유화학은 300억원대의 R&D 투자에 나섰다. 전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한화케미칼이 1%대, 금호석유화학이 0%대였다.
반면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은 국내 기업과 달리 R&D 투자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바스프의 경우 2015년 R&D 투자 비중이 3.8%였으며 다우케미칼과 미쓰이는 각각 3.3%, 2.3%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R&D 투자 비중이 낮은 것과 관련, 상당수 기업들이 범용제품 위주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제품은 R&D가 상당 부분 이뤄져 있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유화학 제품은 R&D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신사업을 추진 중인 국내 기업 상당수는 R&D보다는 인수·합병(M&A)에 무게를 둔다. 실제 롯데케미칼 등 상당수 석유화학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최근 주총에서 M&A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력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는 R&D가 가장 중요하다"며 "짧은 시간 내에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M&A도 중요하지만 급성장 중인 경쟁사들과의 차별화 차원에서 R&D 비중 역시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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