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5·9 장미 대선이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핵심 과제인 ‘촛불혁명 완수’는 온데간데없이 ‘아니면 말고식 폭로전’만 난무하는 모양새다.
이번 대선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정책 논쟁이 중요하다. 이번 대선이 궐위에 따른 보궐선거인 탓에 대통령 인수위원회 없이 새 정권이 출범하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9일로 한 달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장미 대선의 최대 변수 중 하나는 ‘네거티브’ 공방전이다. 정책·이슈·변화 없는 ‘3무 선거’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니면 말고식 폭로도 난무···정책 ‘깜깜이’
정치권에 따르면 19대 대선의 네거티브 선거전은 애초 구도가 급변하면서 촉발됐다. 아들 취업 특혜 의혹에 시달렸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지율이 공고했을 때까지만 해도 타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세에 선을 긋고 독자적인 정책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국민의당 대선 경선을 거치면서 안철수 후보의 대망론이 재부상하자, 문 후보 측도 후보자 검증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주목할 대목은 네거티브와 후보자 검증의 차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사회에서 흔히 쓰는 네거티브 캠페인은 우리의 ‘묻지마식’ 폭로와는 다르다. 미래 비전 제시 등을 통한 포지티브 캠페인의 반대인 네거티브 캠페인은 근거 있는 사실에 근거해 반대편을 흔드는 일종의 갈라치기 전술이다.
문제는 한국 선거의 경우 ‘아니면 말고식’ 폭로를 통해 낙인찍기가 난무한다는 점이다. 특정 후보의 사상 검증 등이 대표적이다.
선거 막판 지지층을 결집하는 최대의 효과를 누린다는 점도 각 후보들이 네거티브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대선은 인수위가 없기 때문에 정책 검증이 중요하다”며 “각 후보들이 자신의 비전을 제시, 한국 사회의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文 ‘차떼기’ vs 安 ‘폰떼기’···홍찍문 등 신조어 난무
이번 대선은 네거티브에 따른 신조어가 난무한 선거다. 대표적인 게 ‘문모닝’이다. 국민의당 등이 ‘눈만 뜨면 문재인 때리기’에 나선 것을 빗대 비판한 것이다. 문재인 캠프 측의 이날 첫 논평 제목도 ‘1년 동안 ‘문모닝’만 해온 국민의당, 국정 운영 가능한가’였다.
문 후보 측은 국민의당의 차떼기 경선 의혹을 고리로 안철수 대선 후보의 조폭 연루설과 신천지 종교 개입설 등을 제기하며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공식 회의석상, 기자 간담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가리지 않고 거의 매일 ‘문모닝’ ‘문애프터눈’ ‘문이브닝’ ‘문나이트’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정 운영은 가능하냐”라며 비꼬았다.
국민의당은 문 후보의 아들 취업 특혜 의혹을 제2의 정유라, ‘문유라’ 의혹 사건으로 규정하고 연일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또한 문 후보 측의 ‘차떼기’ 공세에 맞서 ‘폰떼기’ 의혹으로 맞불을 놨다. 국민의당 대선기획단은 이날 문 후보를 향해 “어린이 안전을 외면한 입법로비, 폰떼기 의혹 해명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한국학원총연합회 인천광역시회가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일명 ‘세림이법’ 개정을 위해 소속 회원들에게 문건을 보내 입법로비를 전제로 인증번호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홍찍문’(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당선된다)를 비롯해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된다), ‘토두남’(문재인은 토론을 두려워하는 남자) 등 홍준표 자유한국당·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등도 네거티브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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