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사람인에이치알의 잡코리아 채용정보 무단 크롤링 행위는 부정 경쟁 행위임을 판결하였으나, 사람인에이치알은 이에 대해 법원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다시 잡코리아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은 사람인에이치알이 경쟁사인 잡코리아가 제공하는 채용정보를 허락 없이 크롤링해 자사 영업에 이용한 것은 저작권법 제93조 1항, 2항을 위반한 행위로서 이는 잡코리아의 데이터베이스제작자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했다. 따라서 사람인에이치알은 더 이상 잡코리아의 채용공고를 불법적인 방법으로 크롤링해서는 안되며, 이미 크롤링해 간 채용공고의 HTML 소스를 즉시 전부 폐기하고 잡코리아에게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크롤링은 인터넷의 무수히 많은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수집하여 검색 대상의 색인으로 포함시키는 기술을 말하며, 통상적인 크롤링은 주체를 명시하고 크롤링한 정보를 자신의 웹페이지에 나타낼 경우 출처를 밝힌다.
법원은 "사람인에이치알이 잡코리아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채용정보(웹사이트 HTML 소스코드)를 크롤링했고, 그 과정에서 IP차단을 피하기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 IP를 분산시켜 자사 IP를 숨긴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사람인에이치알이 잡코리아의 채용정보를 기계적인 방법으로 대량 복제해 영리목적으로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서버에 보관한 것은 잡코리아가 설립 이후 수년 간 마케팅 및 개발 비용을 들여 만들어낸 노력의 결과물을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이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사가 서로 경쟁회사라는 점을 비춰볼 때 사람인에이치알은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이 증대하는 등의 이익을 실제로 얻었고, 잡코리아는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고 비용과 시간을 들여 정리한 채용정보를 복제 당해 경제적 이익이 침해 당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사람인에이치알이 2008년 잡코리아에 등록된 기업 채용공고를 크롤링해 게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람인에이치알은 채용공고 무단 복제를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0년 잡코리아는 사람인에이치알을 상대로 법원에 채용정보 복제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2011년 서울중앙지법은 사람인에이치알이 잡코리아의 채용공고를 무단으로 게재해서는 안 된다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강제조정 이후에도 사람인에이치알은 크롤링 프로그램을 이용해 잡코리아의 웹사이트 내용을 통째로 긁어가는 방식으로 잡코리아에 게재된 수 많은 채용정보를 그대로 복제해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게재해왔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사람인에이치알의 무단 채용공고 퍼가기 영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구직자와 기업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잡코리아를 통해 채용공고를 등록한 기업들의 경우, 채용진행 과정에서 입사접수기간을 변경하거나, 모집 내용을 수정했음에도, 사람인에이치알이 무단으로 복제하여 자사 사이트에 게재한 채용공고에서는 이런 수정내용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에 기업과 입사지원자들 간에 큰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잡코리아는 “채용공고의 양과 질이 무엇보다 중요한 취업포털 업계에서 후발사업자가 무단 복제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속성을 악의적으로 이용하여 이를 편취하는 사람인에이치알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서 업계를 대표하여 근절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이번 재판부 판결이 사회 경쟁 질서를 더욱 공고히 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는 "이 판결은 동의를 받지 않은 무단 크롤링이 불법이라는 점과 잡코리아와 같은 UCC 사이트도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해당함을 밝힌 점에서 법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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