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 한 명 vs 사랑과 단합을 지키는 100만명 싸움"
(맨체스터=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 자살폭탄 테러를 당한 영국 맨체스터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평화와 단합의 의지를 표출했다.
테러리스트들이 원했던 바를 단호히 거부하고 사랑과 희망으로써 극복하겠다는 각오의 메시지였다.
전날 밤 테러가 발생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23일 오후 6시(현지시간) 추모식이 열린 맨체스터 중심가 성 앨버트 광장에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장중한 아다지오 선율에 희생자를 애도하는 묵념으로 시작된 추모식은 '아이 러브 맨체스터(I love Manchester)'를 수차례 외치는 함성으로 마무리됐다.
15분 정도 진행된 추모식은 테러와 안타까운 생명을 잃은 슬픔을 오직 사랑과 희망으로만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다는 굳은 다짐을 서로 나누는 의식이었다.
도중에 얼굴에 미소를 띤 시민들도 적지 않았고 가슴 먹먹함과 침통의 분위기와는 좀 거리가 먼 분위기였다고 할 수 있다.
10대층에 인기 있는 팝스타의 공연장에서 일어난 까닭에 희생자 대부분은 청소년들로 추정되고 있다. 8살 초등학생 여자아이도 그중 하나였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끔찍하고, 잔혹하고, 소름 끼치는 테러"에 희생됐다고 표현했다.
'아이 러브 맨체스터'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광장을 찾은 60대 두 여성은 추모식의 이런 분위기를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 8살 소녀를 잃었다. 정말로 끔찍하고 정말로 슬픈 일이다. 하지만 밝은 표정은 그들이(테러리스트들) 원하는 것을 거부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테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랑과 단합으로 이겨낼 것이다. 우리는 여느 다른 날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사랑과 단합을 적은 푯말을 든 22세의 대학생 브릭슨과 타나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다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사랑과 단합으로 이 슬픔과 테러를 이겨낼 것으로 100% 믿는다. 맨체스터 시민들은 꼭 뭉쳐서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브릭슨은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테러에 맞서기 위해 사랑과 친절, 감사를 이용할 것을 호소한다. 증오가 아니라. 그건 아무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모인 사람들은 이전에 만난 적이 없는 낯선 이들에게 연민을 느꼈을 것이다. 사람들이 사랑과 단합을 느끼고 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한 명과 백만명의 대결이다. 결국 사랑이 승리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22세의 청년이 왜 이런 참혹한 테러를 자행했는지 또래인 그들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다나는 "어떤 사람이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를 사람들이 알 수 있을 거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유로) 종교나 정치 이런 것들을 얘기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개인이 어떻게 느끼는지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브릭슨은 "단지 한 사람뿐이다"고 했다.
하지만 광장에서 약 100m 떨어진 또 다른 조그만 광장에선 무거운 침묵 속에서 시민들이 촛불과 꽃다발을 내려놓으며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촛불들은 'ISIS(이슬람국가) 비겁자'라는 글자를 써놓은 흰색티셔츠 아래서 타오르고 있었다.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 이후 영국 최악의 테러를 당한 맨체스터 시민들은 이날 하루 이런 두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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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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