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의 저주?..영·미, 리더십 흔들리며 혼돈 vs 프·독, 단합과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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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1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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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작년 영국과 미국을 휩쓴 포퓰리즘이 저주라도 내린 걸까.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당선 등으로 포퓰리즘 돌풍의 중심지로 부상한 영국과 미국은 공교롭게도 함께 리더십 위기를 맞으면서 사회적 혼란에 휩싸였다. 반면 꿋꿋하게 포퓰리즘 돌풍을 막아낸 프랑스와 독일은 안정적인 리더십 하에 단합하는 모습이다. 

◆ 반이민·고립주의 내세운 영국·미국은 리더십 휘청

작년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 찬성이 통과된 뒤 정권을 잡은 탈퇴파 테리사 메이 총리는 최근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오는 19일(현지시간) 시작되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강한 권한을 갖기 위해 던진 승부수인 조기총선에서 메이 총리가 이끈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상실하며 참패한 탓이다. 의석을 대폭 늘린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는 즉각 메이 총리에 사퇴를 요구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보수당 의원 중 2/3도 메이 총리의 사퇴를 원한다고 전했다.

메이 총리는 사퇴설을 일축하면서 북아일랜드의 민주연합당(DUP)와 연정을 통해 총리로 보수당 소수정부를 이끌겠다고 선언했지만 총리 교체 요구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브렉시트 협상을 앞둔 EU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정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협상 전략을 재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영국 외 반이민·고립주의 포퓰리즘이 득세했던 미국에서도 리더십이 큰 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이 쉬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탄핵설 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작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이메일을 해킹해 트럼프에 유리하도록 선거에 개입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혐의로 낙마하는 등 의혹이 커지면서 FBI와 의회는 정식 조사를 개시했다. 그러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던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을 전격 해임했고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순한 의도’로 수사에 개입하는 사법방해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미국 매체들은 탄핵 가능성을 타진했다.

아직까지는 공화당과 보수단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하고 있지만 사법방해의 물증이 나올 경우 탄핵론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미 역대 최저인 30%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과반 이상의 응답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불법을 저지르거나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으리라고 생각했다.

◆ 세계화 옹호하는 프랑스·독일은 리더십 강화

세계화와 개방주의의 선봉에 선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안정적인 리더십을 바탕으로 사회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대통령에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닮았지만 세계관은 정반대였다. 그는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고립보다는 개방을 강조했고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옹호했으며 개혁을 약속했다. 외교 무대에서도 트럼프나 푸틴 등 강한 상대에게 주눅들지 않는 강단을 보였고 트뤼도, 메르켈 등 가치를 공유하는 상대에겐 누구보다 우호적이었다.

프랑스인들은 마크롱 대통령을 신뢰했고 의석 하나 없는 마크롱 대통령의 신당에 표를 몰아주었다. 11일 치러진 프랑스 총선 1차 투표 결과 마크롱 대통령의 신당 앙마르슈가 의석 70% 이상을 싹쓸이할 것으로 예상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강력한 국회의 지지를 발판 삼아 프랑스의 정치 경제 전반의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올해 가을로 예정된 총선에서 기독민주당을 승리로 이끌어 4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민당은 올해 세 차례 있었던 주 의회 선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메르켈 총리의 앞길을 밝혔다. 도이체벨레 등 독일 매체들은 사민당 텃밭이던 주를 포함해 기민당이 연승을 거둔 것은 ‘정치적 지진’이라면서 메르켈 총리의 정책 추진에 강한 동력이 실릴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유럽에서 마크롱 대통령 당선 전까지 포퓰리즘 득세를 막는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메르켈 총리는 여러 위기와 혼란 속에서도 고립주의가 오히려 위험하다는 뚜렷한 원칙 속에서 포용을 강조하는 인간적 리더십으로 주목받았다. 

마음이 맞는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유럽 통합을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11일 오후 앙마르슈의 압승이 예상된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마크롱 대통령에 축하 인사를 보냈다. 지난달에는 두 정상이 만나 향후 EU 및 유로존을 더 튼튼하게 만들 로드맵을 구축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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