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오진주 기자 = 점심 때가 되면 직장인들로 붐비는 서울 중구 정동길 한 가운데에 위치한 정동아파트. 36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화여고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의 타깃이었던 이 곳은 강 장관이 위장전입했던 502호만 십수년간 수십번 전입·전출이 이뤄졌을 정도다.
정동아파트는 전용면적 44㎡형 한 가지 타입으로 방 두 개, 화장실 한 개로 구성된 소형아파트다. 한개동으로 정동길쪽으로는 작은 출입구 하나만 있어 이 곳을 지나는 사람들도 여기가 아파트인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65년 서울에 인구가 밀집되던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어진 아파트 가운데 하나다. 요즘 가장 많은 일자형 아파트가 아닌 가운데가 네모형태로 비어있는 중앙정원형 아파트다. 50년 전 고급 아파트였던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정동아파트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지난달 29일 강 장관이 주소를 옮긴 곳이 친척집이 아니라 장녀가 다닌 이화여고 교장이 전세권을 가진 집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였다. 정양석 바른정당 의원은 2000년 강 장관이 위장전입했던 아파트의 전세권자는 이화여고 전 교장이라고 지적했다.
기자가 열람한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강 장관이 주소를 옮겼던 502호는 1994년 11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심모 씨의 명의로 전세권이 설정돼 있다. 심씨는 1995년까지 이화여고 11대 교장으로 재직했다.
강 장관의 장녀가 주소를 옮긴 2000년에는 정모 씨가 2009년까지 이화여고 13대 교장으로 재직했다. 그가 재직하던 2009년 7월 이화여고는 자율형 사립고로 선정됐다.
2008년 8월 전세권 설정 등기가 말소된 이후에는 2010년 9월까지 ‘학교법인이화학원’의 이름으로 전세권이 설정됐다. 이에 학교 측은 이화외고 원어민 강사를 위한 임시 숙소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중구청으로부터 받은 주민등록색인부 자료에 따르면 502호에는 1995년부터 2010년 사이 25명이 전입과 전출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20여일 만에 주소를 옮거나 전출 뒤 바로 다른 가족이 전입한 경우도 있어 502호가 이화여고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한 ‘위장전입 허브’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