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우리는 10원짜리 인생이 아니다. vs 최저임금 역설에 걸린다.”
2018년도 최저임금 협상이 27일부터 본격화한다. 핵심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인 ‘1만원 인상’ 관철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2020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6470원으로 전년도 대비 7.3%포인트 인상한 수치다. 3년 안에 1만원을 달성하기 위해선 매년 16%가량의 인상 폭이 수반돼야 한다.
노사정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노동계는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 1만원을 시행하라”며 대대적인 압박에 돌입했다. 재계는 생산 비용 상승에 따른 노동시장 장벽을 우려하며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난색을 보인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 1호인 ‘일자리위원회’가 최저임금 논의를 위한 전방위 행보에 나섰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 입김이 작용할 개연성이 큰 셈이다. 최저임금은 노사정을 대표하는 위원 9명씩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한다.
◆2020년 1만원··· 매년 16%씩 인상해야 가능
25일 국회 등 정치권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법적 근거는 ‘최저임금법’이다. 결정 절차는 매년 3월 31일 고용노동부 장관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요청→전원회의 및 전문위원회 개최→전원회의 최저임금안 심의의결 및 고용노동부 제출(요청일로부터 90일)→매년 8월 5일 고용노동부 장관 최저임금 결정·고시다.
최고법인 헌법(제32조)에서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 최저임금 시행 강행을 규정화했다. 다만 ‘상당한 임금의 보장’이 아닌 ‘적정 임금의 보장’, 그리고 보장을 위한 노력 등은 임의규정으로 명시했다.
최저임금의 적정화를 둘러싼 논란도 이 지점에서 불거진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평균 임금액의 39.5%다. 평균 임금 중위금액의 55.3% 수준이다. 이를 둘러싼 적정화 여부를 놓고 노사 등이 사실상 이익집단으로 전락,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안만을 고수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갈등이 해마다 반복되는 해묵은 논쟁에 그치는 이유는 ‘공정한 결정체계의 결여’와 무관치 않다. 공정한 결정 체계가 없다 보니, 정치 논리에 휘둘린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한 자 가운데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익위원은 정부 눈치 보기 일쑤다.
◆국회 이관 뜨거운 감자···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안
해법은 크게 △최저임금 결정권의 국회 이관 △단일 최저임금제 수정 △공익위원 선출 방식 변경 △최저임금 미지급에 대한 제재 강화 등 네 가지다.
최저임금 결정권의 국회 이관은 현재 최저임금제가 노사정 간 합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다. 노사는 매년 극한 대결로 치닫는다. 사실상 캐스팅보트는 정부 대변자로 전락한 공익위원에게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어김없이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일부개정안(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소위에 계류 중이다. 딜레마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회 이관은 그간 뜨거운 감자였다”면서도 “여야 간 대립으로 올스톱될 경우 동결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도 대안이다. 현재 우리의 최저임금은 단일 체제다. 최저임금 인상 때마다 중소기업들이 “다 죽는다”라는 논리를 펴는 이유다. 독일과 호주 등은 업종별·직종별·지역별 차등화한다.
공익위원 선출 방식 변경과 최저임금 미지급에 대한 제재 강화 등도 해결과제다. 노동전문가인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공익위원의 국회 추천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실효성 있는 제재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저임금 미지급이 적발돼도 대부분은 시정조치에 그친다”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미지급에 대한 제제로 과태료 전환(현행 벌금)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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