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공통점은 숫자다. 숫자가 많아지면 산업은 부상하기 마련이다. 산업에서 숫자(소비자의 수)는 ‘매력’ 그 자체다. 중국의 60세 이상 노령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1950년대에 출생한 베이비부머들이 노령인구에 접어들고 있다.
2016년 말 현재 중국의 60세 이상 노령인구는 2억2900만 명. 전체 인구의 16.6%를 차지한다. 2000년 1억3000만 명에서 16년 만에 1억 명이 늘어났다. 독거노인만 절반에 가까운 1억 명에 육박한다.
UN인구국(2013년)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14.0%로 증가해 ‘고령사회’가 된다. 10년 후인 2035년에는 20.9%로 증가해 ‘초고령사회’가 된다. 고령화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의 ‘두 자녀 정책’ 전면 시행에는 인구 고령화를 막기 위한 전략도 깔려 있다.
중요한 건 중국 노령인구의 소비 잠재력이 크다는 점이다. KOTRA가 분석한 ‘중국 실버산업 청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노령인구의 소비 잠재력은 지난 2014년 4조 위안(약 700조원)에서 2050년에는 106조 위안(약 1경840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에서 33%로 늘어나게 된다.
실버 산업은 크게 의료보건업, 노인용품, 가사서비스, 부동산, 보험, 금융, 오락, 여행 등으로 나뉜다. 중국의 실버 산업 시장규모는 2050년에 5조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실버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늘리고 있는 것도 시장규모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실버 산업도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와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기술 등의 발전에 힘입어 스마트화 되고 있다. 그래서 ‘스마트 실버산업’으로도 불린다. 저비용 고효율을 목적으로 하는 실버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다.
스마트 실버는 크게 4가지 분야로 구분해 시장 성장성과 정책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양로서비스 플랫폼과 양로의료, 양로설비, 노인보험이 그것이다.
양로서비스 플랫폼은 노인-가정-양로기관-정부부처 간 실시간 정보교환(모바일, IoT, 클라우드 기술 활용)을 통한 노인 빅데이터 플랫폼 벤처기업 증가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양로의료는 노인 의약품, 보건설비, 노인의료 서비스 등 실버 상품 출시 기업 증가를, 양로설비는 치료, 요양, 재활, 노인여가 등 특수 목적에 맞는 노인기관 설립 추진을, 노인보험은 노인 전용 사회보험제도 및 보험상품 출시 증가를 각각 내용으로 한다.
실버 산업에서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가 ‘양로 서비스업’이다. 양로 서비스산업은 노인에게 돌봄과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며, 노인의 특수한 생활 수요와 정신 수요를 충족시키는 서비스 산업을 말한다.
스마트 실버 전문 단지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3만9000㎡규모에 700명 정도의 노인을 수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전용단지가 베이징(北京)에 개설됐다. 전문 의료시설과 식단조절 시스템, 온천, 문화체육시설을 갖추고 있다.
스마트 실버 전문 단지에서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무선인식) 기술을 활용한 원격 진료와 진단이 이루어진다. 전문 간호사와 생활체육 보조사가 상주하며 노인을 위한 생활 전반에 걸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베이징뿐만 아니라 2~3선 도시에서도 지방정부 차원의 노인 복지 단지 건설 및 도시 권역별 노인서비스가 강화되고 있다.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 노령인구의 증가와 노년층의 모바일 기기 사용 확산도 특징이다. 구매력을 갖춘 1950년대와 60년대 출생 인구가 노령화와 함께 새로운 소비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한국의 카카오톡에 해당하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Wechat)과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Alipay) 등 IT기기 및 서비스에 익숙한 세대로 모바일 기반의 노인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
IoT와 모바일을 연동한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식단관리 프로그램 등 노인 서비스에 대한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실버 산업의 또 다른 특징은 정부 프로젝트 위주의 개발이라는 점이다. 실버 산업에 대한 시장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기관이나 국영기업이 주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및 기술 구매 수요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중국의 스마트 실버 산업 수요가 크게 B2G(정부)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는 B2B(기업)와 B2C(소비자)로 무게중심이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 보편적인 산업의 발전과 성숙 과정이 ‘정부 넘어 민간으로’이기 때문이다.
중국 공업화신식부(공신부)는 지난 2월 ‘실버 산업 스마트화 발전 계획(2017~2020년)’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의 골자는 정부가 민영시설, 기업참여, 정부와 민영 결합 등 다양한 운영 모델을 연구해 실버 산업에 사회 자본을 투입시키겠다는 것이다.
보장성 서비스는 정부에서 책임지고, 구매·고급화·개성화 등 수요는 시장의 메커니즘에 맡기겠다는 정부의 강한 정책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100개 이상의 스마트 건강 실버 시범기지 건설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또 실버 산업 분야에서 100개 이상의 선도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건강관리와 재택(在宅)양로 등 스마트 건강 실버 서비스를 전국 단위로 보급할 계획이다. 스마트 건강 실버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표준 제정 및 노인 개인정보보호 제고 방안도 마련하게 된다.
중국 정부가 실버 산업의 스마트화를 위해 중점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제품 분야는 ▲건강관리 웨어러블 디바이스 ▲유대용 건강검진 디바이스 ▲셀프 건강검진 디바이스 ▲스마트 간호 기기 ▲가정용 로봇 ▲데이터 관리 및 서비스 시스템 구축 등이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스마트 실버 산업에 대한 외자기업의 진출을 지원하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상무부와 민정부는 지난 2014년 11월에 외국자본의 중국 내 영리형 양로기구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을 공고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는 단독으로, 혹은 중국회사 및 기타 경제조직과 합자(또는 합작) 등의 방식으로 영리형 양로기구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각종 세금 및 행정비용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외자기업 실버 산업 진출 지원 방안 마련에는 양로기구의 규모화 발전, 프랜차이즈 경영방식 도입, 우수한 양로기구 브랜드 창출 등의 전략이 깔려 있다.
현재 중국의 실버 산업 정책은 과거의 실버 산업 정책과는 양상이 판이하다. 과거의 실버 산업이 단순히 양로원 설립 및 인력·인프라 기반의 산업이었다면, 이제는 각종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화로 산업 발전의 초점이 바뀌었다.
중국 정부의 스마트 실버 산업 육성 전략은 IoT와 빅데이터 등 IT기반 기술에 강한 한국의 기업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연안도시 등 1~2선 도시의 경우 중장년층의 스마트 기기 보급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활용률이 높아 온라인과 모바일 기반의 노인 서비스 진출 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 정부는 스마트 실버와 연계한 의료 바이오 분야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들의 경우 종합병원의료시스템 구축과 종합의료복합단지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유망기술에 대한 합작 의지가 높은 편이어서 한국의 관련 분야에게는 블루 오션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실버 산업 발전은 한동안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중 13.5규획(2016~2020년)에도 그 근거를 발견할 수 있다. 인구고령화가 처음으로 ‘절(節)’에서 ‘장(章)’으로 승급됐다. ‘제 65장’ 제목이 ‘인구고령화 적극 대응’이다.
중국의 발전은 우리에게도 기회다. 중국의 실버 산업 성장은 우리 한국에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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