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 기자 =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금액 면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투자 건수는 감소하고 있어, ‘투자유치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신고 기준으로 지난 2007년 105억1600만달러였던 FDI 금액은 2015년 처음으로 연간 200억달러를 돌파(209억1000만달러) 했고, 지난해 212억99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반면, 신고건수는 2007년 3560건에서 2011년 2710건으로 3000건 아래로 떨어지더니 2014년 2463건까지 내려갔다가 이듬해부터 반등, 지난해에는 2987건을 기록했다.
투자업체 건수는 2007년 2484건에서 2011년 1837건으로 2000건 아래로 내려가더니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에는 1796건에 그쳤다.
◆외투기업 수 1만5283개, 매출의 13.4%·고용의 6.0% 차지
외국인투자기업(이하 외투기업)은 외국인이 총 주식이나 출자총액의 100분의 10 이상을 소유한 기업을 말한다. 1990년대까지 외투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에 높은 기술 숙련도를 활용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설치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으나 1997년 발발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유치 전략을 내놓자 초국적 기업들은 한국기업 투자, 제휴,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총 1만5283개의 외투기업이 한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출 478조원, 고용 55만4000명이라는 경제효과를 불러왔다. 국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출의 13.4%, 고용의 6.0%, 수출입의 18.0%에 달한다.
정부는 외투기업에게 큰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투기업은 첫 3년간 국세(법인세, 소득세)와 지방세(취득세, 등록세, 재산세)의 100%, 이후 2년간 50%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정부로부터 임대료 50~100%를 감면받거나 신규고용 창출·연구시설 설치, 효과가 큰 투자 등을 하면 자금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2010년대 들어 외투기업의 투자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해 온 한국산업이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등 경쟁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노동집약적 산업기반이 약해짐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점 등이다.
◆‘먹튀’ 비난에 기죽은 외투기업···“소외감 느낀다”
한국외국기업협회(FORCA)에 따르면, 외투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기간의 경우 한국은 7년인데 비해 태국은 고도기술 관련 투자를 하면 13년이다. 법인세율(과세표준의 24.2%)도 독일(15%) 영국(21%)보다 높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올리려고 하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 공공요금 인상, 사업장 소재 지자체에 내야 할 세금까지 포함하면 과연 한국에 투자할 필요성이 있는지 회의를 느낀다는 것이다.
제조업 부문 외투기업은 삼성과 현대차, SK, LG, 한화 등 대기업과 거래를 하기 위해 한국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부의 재벌규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자, 외투기업들도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전자부품을 생산해 삼성 계열사에 공급하는 외투기업 C사 관계자는 “재벌개혁과 규제의 영향은 협력사에 영향을 미치는 등 낙수효과가 크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외투기업도 마찬가지다”면서 “창원 지역 외투기업이 사업을 철수하면서 노사 갈등이 일어난 것도 이런 상황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센티브, 해외 중소기업에게는 ‘그림의 떡’
정부의 외투기업 인센티브가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해외 중소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경제자유구역(FEZ)은 입주하면 다양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해외 중소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상시 고용인원이 50인 이상, 연구개발(R&D)센터 설립시 일정 수준 이상의 석·박사 인원 확보 등의 조건을 중소기업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 불안, 노사 갈등, 높은 생활물가와 투자 규제, 낮은 생산성, 고임금 구조 등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도 외투기업의 한국 진출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계 기업 한국 지사에 근무하고 있는 J씨(35)는 본사에서 한국 발령을 내렸을 때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J씨는 “언론을 통해 접한 한국은 북한의 도발과 핵공격, 집회와 시위 도중 벌어지는 폭력사태, 노사 분규 등 부정적인 면만 부각돼 한국에서 하루라도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면서 “하지만 막상 와보니 한국만큼 안전한 국가는 없는 것 같다. 본사에 건의해 근무 기간을 연장할 것이다. 이런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캠페인도 정부가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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