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칼럼] 도를 넘는 시장경제 개입, 경제 퇴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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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병희 -
입력 2017-07-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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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칼럼

도를 넘는 시장경제

[사진=이병태]

개입, 경제 퇴보 우려

문재인 정부의 경제 각료들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시장경제 훼손 및 관치 의도가 날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재벌개혁의 기수임을 자임하고 나섰다. 예를 들어 그는 대기업 경영자들을 소환해서 재별개혁에 자진해 협조하라는 협박성 모임을 개최했다. 정부가 경제계와 대화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여타 정부부처와 성격이 다르다. 정부부처에는 경찰과 검찰 공정위 등 소위 공권력, 즉 공인된 힘(폭력)을 행사하는 권력 기관들이 있다. 이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고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가운데 공정위의 경우 경제 검찰로서 공정거래를 위반한 기업에 대해 권력을 행사하는 공권력 기관이다. 이때 공권력은 당연히 수동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경찰과 검찰이 사적 영역을 침해하는 사회는 정상이 아닌 것처럼, 공정위가 기업에 사전적으로 개입하고자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공정위 수장의 개인적 신념과 의지, 철학으로 인해 공정위의 본분을 넘어 제도 개혁과 시장에 선제적 신호를 보내는 것은 헌법 정신을 넘는 관치 경제의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부작용에 대한 고려를 했는지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영합적인 통신비 인하 공약이 실현 불가능하고 초법적 발상임에도 불구하고, 국정기획자문위와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보편적 요금제의 도입과 분리공시제, 통신원가 공약의 실시 등을 내비치고 있다. 기업의 재산권 및 사적 자치라는 자유시장경제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관치경제의 의지를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해도 사기업 상품의 가격결정을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본질과 동떨어져도 한참 동떨어져 있는 행위이다. 정부 권력이 직접 또는 노골적으로 개입하지 않아도 시장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우아하고 품격 있는 간접적인 장치는 얼마든지 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산지 닭고기 값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치킨 값이 오르는 상황에 대비해 축산물 가격의무 신고제, 거래가격의 공개, 단계별 가격 공시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앙부처가 일시적인 치킨 값의 변동에 온갖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야 할 만큼 이것이 국민경제에 중요한 이슈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가뭄 대책 및 농산물 유통 개선 등 시급한 사항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도 말이다. 많은 원재료 중 하나의 가격이 내린다고 최종 재화의 가격이 반드시 동조해서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식품의 최종가격에서 재료비는 낮은 편이다. 치킨 가격은 인건비, 임대료, 마케팅 등의 다른 원가가 재료비를 압도한다. 따라서 닭고기 값이 내린다고 치킨 값이 반드시 내려야할 명분도 상대적으로 약하며, 원가가 내려도 수요가 늘면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경제의 기초원리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런 발상이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하다. 어떤 재화의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 가격이 안정되도록 시장이 조정한다. 시장의 가격 변동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기업에 의무와 공개의 부담을 지운다면 시장경제를 한다고 하기 어렵다.

부동산 가격의 변동을 투기꾼들이 이끈다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주장도 경제에 관한 기본지식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가격이 오를 조짐이 보이니까 투기적 수요가 생기는 것이지, 가격이 떨어지는 시장에서 투기꾼이 나올 리 없다. 완전하게 인과관계를 뒤집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엉뚱한 데로 화살을 돌리는 가운데 정부는 서울 전역에 아파트분양권 전매금지 조치를 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의미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아파트분양권이란 국민이 돈을 주고 구매한 커다란 재산이다. 그 사유재산의 권리 행사를 임의로 금지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를 하는 나라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김현미 장관이 제시했던 각종 통계도 완전성을 결여한 채 목적에 맞게 의도적으로 선택한 사례가 많다.

이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약을 바탕으로 노동시장의 개입을 노골화하고 있다. 실제 연일 정부의 힘으로 노동시장의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경제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사실 노동시장의 규제야말로 가장 커다란 규제다.  이를 주도할 조대협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노동가치 복원'을 위해 힘쓰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노동상품의 가격이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정한 합리적인 가치에 따라야 한다는 것처럼 들린다.

이렇듯 정부의 많은 부처 장관 또는 장관 후보자들이 규제를 늘리고, 시장에서 행정 권력을 주저없이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적어도 시장경제 국가에서 경제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제자유도의 확대가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경제관과 경제정책으로는 우리 경제의 퇴보가 불을 보듯 자명하다. 이래서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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