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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정하균 기자 = 요즘 고등학교를 나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대학생 중에서도 절반이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그야말로 대학이 '대학(大學)'이 아닌 공무원 양성소가 돼버린 것이다.
울산의 한 대학교 도서관. 이곳에서 만난 정모씨(23·여)는 "부모님이 두 분다 공직자"라면서 "어릴쩍부터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국가직 7급 시험을 준비하는 한모씨(29·철학과 전공)는 "졸업 후 10개가 넘는 업체에 원서를 냈다. 하지만 울산지역은 대부분 이공계열의 학부가 취업이 잘 될 수밖에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철학과 출신들이 갈 곳은 마땅히 없다"고 한숨지었다.
최근 필자가 만난 울산지역의 한 고등학교 3학년 A군은 "공무원만 되면 다 잘될 것 같아요. 결혼도 쉽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정년퇴직시까지 안정적으로 근무가 가능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잖아요. 사촌형이 있는데 학자금 대출 갚느라 새벽까지 알바를 하는 모습이 가슴아픕니다"라며 자신의 가정형편도 넉넉치 않다고 강조한 뒤 이 같이 말했다.
A군의 말은 대학에 들어가 학자금대출에 시달리는 본인의 무능함보단 일찍 공직에 나아가 여유롭게 사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에서다.
3년째 경찰공무원(순경) 시험에 응시하고 있는 최진욱씨(32)는 "시험을 20대 후반부터 준비했다. 대학 졸업 후 취직이 되질 않아 그냥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보라는 부모님의 말에 무턱대고 학원을 끊었다"면서 "30대가 되니 초초해지기 시작한다. 이대로 합격이 되지 않는다면 죽고 싶은 마음도 들 것 같다"며 힘들어 했다.
왜 이렇게 공무원 시험에 목숨을 거는 걸까.
공무원을 속된 말로 철밥통(깨지지 않는 밥그릇) 이라 부른다. 즉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불안정하고 삶이 처절하다는 방증이다.
공무원은 큰 잘못이나 범죄 등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해고될 위험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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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고시촌엔 공무원이 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에 매진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울산의 경우 올해 제2회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경쟁률이 평균 15.8대 1을 기록했다.
총 341명 모집에 5372명이 지원, 지난해 경쟁률 15.4대 1보다 다소 늘었다.
지난달 접수 마감되된 국가직 7급 공채에선 730명 선발에 4만8361명이 지원했다(전체 평균 경쟁률 66.2대 1).
올해 1차 경찰공무원시험 경쟁률은 41:1을 기록했다.
이처럼 이들은 좁은 문을 뚫어야 한다. 최근 10%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치의 청년 실업률이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암울한 상황을 단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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