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히어러블(hearable)이라 불리는 이어폰형 단말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성장 정체에 접어든 웨어러블 기기를 대체할 새로운 아이템으로 히어러블이 급부상하면서 소니, NEC 등 일본 전자업체들도 발 빠르게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히어러블은 헤드폰(headphone)과 웨어러블(wearable)의 합성어로 애플의 에어팟(Air pods)이 대표적인 제품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선이 없는 와이어리스 헤드폰과 와이어리스 이어폰도 히어러블 제품군에 포함된다.
이 중에서도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TWS(Truly Wireless Stereo) 이어폰’이라 불리는 제품이다.
기존에 한 쪽 귀에만 적용됐던 블루투스 이어폰은 다수 출시됐지만, 양쪽 귀 모두에 적용된 TWS 이어폰은 지난 2008년 독일의 젠하이저(Sennheiser)가 처음으로 선보였다. 젠하이저가 출시한 TWS 이어폰은 당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곧바로 단종됐다.
닛케이일렉트로닉스는 26일 80년대 전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킨 소니 ‘워크맨’과 필적할 충격을 히어러블 시장이 가져다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전 세계 히어러블 제품 40종 출시
히어러블 시장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스웨덴 이어린(Earin)이 출시한 ‘Earin M-1'에 이어 독일 브라기(Bragi)의 ’THE DASH'가 등장하면서 제품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히어러블 제품은 전 세계에서 40종이 넘는 모델이 출시돼 전성기를 맞고 있다.
히어러블 제품이 급증한 계기를 만든 것은 애플의 아이폰7이다. 아이폰7이 이어폰을 꽂는 잭을 없애면서 블루투스 이어폰이 꽃피기 시작했다.
실제로, 수많은 제조사들이 전 세계에서 2억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 아이폰7 특수를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 아이폰7 출시에 맞춰 일제히 히어러블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애플이 출시한 에어팟은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닛케이일렉트로닉스는 오는 2020년 히어러블 시장규모가 약 5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일본 업체도 히어러블 시장 본격 진출
히어러블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일본 업체도 늘고 있다. JVC켄우드는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프로급 연주를 이어폰으로 감상하면서 스스로 악기를 연주하는 가상의 세계를 즐길 수 있는 와이어리스 이어폰을 개발했다.
소니는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7’에서 액티브노이즈캔슬링(NC) 기능을 장착한 TWS 이어폰을 선보여 올해 안에 출시해 전략 상품화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융합시키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NEC는 TWS 이어폰이 아니지만, 지문 대신 귀 내부의 모양으로 본인 인증이 가능한 와이어리스 이어폰의 실증을 6월에 시작했으며, 2018년에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 음악 감상 넘어 '이어폰형 컴퓨터'로 진화
각사는 TWS 이어폰이 단순 음악 감상용이 아니라, 응용 가능성이 높은 ‘이어폰형 컴퓨터’라는 관점에서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미 TWS 이어폰이 단순 음악 감상용이 아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컴퓨터로 개발돼 제품이 출시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예컨대 펀딩을 통해 약 50억원을 투자 받은 미국 웨이버리 랩스(Waverly Labs)는 오는 9월 영어권에서 출시 예정인 ’Pilot'에 다국어 통역기능을 탑재했다. 서로의 귀에 TWS 이어폰 ‘Pilot'을 꽂으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통역된 언어가 이어폰을 통해 들려온다.
‘Pilot'이 구사 가능한 언어는 영어, 프랑스어, 이태리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등 5개 언어다. 번역 기능은 스마트폰에 연결된 클라우드 상에서 구동된다.
동시통역기능은 TWS 이어폰 제조업체 브라기가 출시할 제품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브라기는 IBM과 제휴를 통해 인공지능(AI) 시스템 ‘왓슨(Watson)'을 활용한 통역 등 다양한 기능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노키아 출신 기업인이 설립한 콰이어트온(QuietOn)은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기능에 특화한 전자귀마개를 지난해 선보였다. 이 제품은 음악 재생기능과 조작 버튼이 없으며, 충전기식 수납함에서 꺼내면 바로 작동한다.
향후 히어러블 기기 시장이 확대되면, 스마트폰과 연계한 다양한 기술이 탑재된 '이어폰형 컴퓨터'가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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