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뒷모습)이 미국에 신규 공장 설립을 발표한 테리 궈 폭스콘 회장(가운데)를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날 궈 회장은 미국 당국자들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100억 달러를 들여서 위스콘신 주에 신규 LCD 패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사진=AP연합]
세계 최대 하도급 전자업체인 대만 폭스콘(홍하이정밀)이 미국에 100억 달러(약 11조원)을 투자해 신규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CNN머니 등 주요 외신들이 26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이드 인 USA' 압박이 거둔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테리 궈 폭스콘 회장은 26일 미국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위스콘신 주에 100억 달러를 들여 최신 LCD패널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 완공 예정이며 초기 3000명, 최대 1만3000명의 직접 고용이 예상된다. 미국 당국자들은 공장 건설을 위한 추가 1만개 일자리와 완공 후 2만2000명에 달하는 간접 고용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미국 측은 폭스콘의 이번 결정을 “선진 제조기지가 미국으로 되돌아오는 이정표”가 될 것이며 반겼다. 지금까지는 노동력 확보가 용이하고 전자제품 공급 체인이 발달한 아시아가 제조업 중심이었다면 애플의 최대 위탁 생산업체인 폭스콘의 공장 설립을 통해 미국에서도 새롭게 제조업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낸 것이다.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는 궈 회장과 스콘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함께 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곧 이어 합류했다.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부흥과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메이드 인 USA를 믿는 모든 이들에게 최고의 하루”라면서 “만약 내가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그는 100억 달러나 되는 돈을 절대로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화자찬도 빼놓지 않았다.
FT에 따르면 폭스콘의 궈 회장과 폭스콘이 지배지분을 사진 샤프의 타이 정우 회장은 미국 투자 논의를 위해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세 차례 만났다. 오하이오,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등 여러 주가 공장 유치를 위해 인센티브 제공 등을 두고 경합을 벌인 끝에 위스콘신이 승자가 됐다.
워커 주지사는 주 역사상 “최대 경제개발 프로젝트”라면서 “위스콘 밸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스콘신은 폭스콘 공장 유치를 위해 30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현재 폭스콘은 버니지아와 인디애나 주에 공장을 운영 중인데 공장마다 직원은 1000명을 넘지 않는다.
이번 폭스콘 투자 발표는 최근 러시아 스캔들과 트럼프케어 좌초로 국정운영의 돌파구를 찾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재가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궈 회장의 투자 발표가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진행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운동 당시부터 미국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백인 제조업 노동자들을 주요 지지층으로 삼았다. 취임 후에도 기업 총수들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이면서 일자리 확대 및 해외 공장 이전 약속을 받아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1000억 달러 규모의 IT 투자 기금인 ‘비전 펀드’의 절반을 미국 기업에 투자해 5년 간 미국 내 5만 개 일자리 창출을 예고했고 아마존도 앞으로 2년 동안 10만개 일자리 확대를 약속했다. 인텔은 애리조나에 70억 달러 반도체 공장 설립을, 인도 IT 기업인 인포시스(Infosys)도 2년 동안 미국인 1만 명 고용을 선언했다.
미국 대표 IT기업인 애플 역시 계속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두 손을 들었다. 지난 5월 미국 제조업체 투자를 위한 10억 달러 규모의 ‘선진 제조업 펀드’ 출범을 발표한 데 이어 미국내 공장 설립 계획까지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공개된 WSJ과의 인터뷰에서 팀 쿡 애플 CEO가 미국에서 대형 공장 3곳을 세우기로 약속했다 말했다. 다만 애플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와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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