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건 당시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일할 기회를 주신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과거 황우석 논문조작 사태에 연루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낸 것.
박 본부장은 10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과거의 잘못은 반성하나 국가 과학기술 미래를 위해 일로서 보답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저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과 관련해 많은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과학기술혁신본부 출범에 기대를 갖고 계신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황우석 박사 사건은 모든 국민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겨주었고 과학기술인들에게도 큰 좌절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지난 2005~2006년 황우석 논문조작 사태 당시 논문 내용에 기여한 바 없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또 전공과 관계가 없는 과제 2건으로 황 전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5000만원을 지원받았음에 불구하고, 처벌·징계·공개 사과 없이 순천대에 복귀해 빈축을 산 바 있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사건 당시에도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으나 기회를 만들지 못하여 지난 11년 간 너무 답답했고 마음의 짐으로 안고 있었다"면서 "특히 황우석 박사의 사이언스지 논문에 공동저자로 들어간 것은 제가 신중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일할 기회를 주신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으며 일로써 보답드리고 싶다"며 "연구현장과 산업현장의 연구개발 수요가 국가의 연구개발 사업에 반영되는 국가 혁신체계를 만들어 나가는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박 본부장은 향후 과학기술혁신본부 중점 운영방향으로 △과학기술컨트롤타워 강화 및 혁신생태계 재구축 △R&D 투자포트폴리오 전환 및 연구자 중심으로 시스템 혁신 △국민이 참여하고 국민에게 혜택이 가는 과학기술정책 등을 꼽았다.
한편 과학기술계는 황우석 논문조작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박 본부장이 20조에 이르는 국가 R&D 예산을 관리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맡는 것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도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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