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수교25주년 한중관계 냉각기가 필요(상)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http://www.ajunews.com/view/20170824092209296
■한중관계의 호전은 언제쯤일까?
필자가 보기에, 중국은 이번 사드딜레마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올해 하반기 시진핑 2기 임기를 준비하고 내년초에는 2기 내각의 계획이 수립됩니다. 즉 내년도 3월의 양회 이전까지는 중국이 한국과 사드갈등을 풀 생각도 없고, 국내정치적 문제로 그럴 여유도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양회가 잘 마무리 된다 하더라도, 중국은 사드딜레마 카드를 한중관계 및 미중관계에 있어서 최대한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예상됩니다. 내년도 하반기 혹은 그 이상의 긴 시간동안 중국은 충분하게 사드딜레마 카드를 활용하려 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중국에게 사드갈등 해소를 요청하는 저자세 보다는 북한의 핵보유 국가 지위 획득이 가시권에 있는 이 시점에서 오히려 이에 대한 국방력 강화와 대북 핵억제 전략을 고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즉, 한중간의 사드딜레마 해법은 오히려 중국에 대해 사드를 당분간 언급하지 않는 회피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중국이 사드를 거론하면, 우리는 일대일로 협력이나 기타 다른 협력을 논하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국가와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고 이에 집중하겠다는 회피 전략을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다음과 같이 한국정부가 4가지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첫째, 중국과의 사드 딜레마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가급적 뒤로 밀어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한미동맹을 파기할 각오가 없다면, 이미 한미간에 북핵 위협에 대응카드로 준비된 사드배치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봐야 합니다.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관계 강화는 함께 이룰 수 없는 현실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북핵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최우선 순위는 한미동맹 강화에 있고, 방어적 측면에서 준비한 사드배치는 우선 실행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한중관계의 비중은 우선순위에서 당연히 뒤로, 가급적 더 뒤로 미루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모든 측면에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중장기 계획을 준비하고 즉시 실행해야 합니다.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 외교적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어야 합니다. 대 중국 투자는 이미 주변국으로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고, 무역 또한 새로운 시작을 개척해야 합니다. 정치 외교적 측면의 의존도는 첫 번째의 용기 즉 한국의 대외정책에서 한중관계의 우선순위를 당분간 뒤로 미루는 용기로 이미 최대한 낮출 수 있습니다.
셋째, 한중관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관계를 지금 당장 추진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러관계와 한·인도관계는 한중관계의 수준으로 격상시켜서 보다 더 집중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위에서 제시한 두 가지 용기는 효과를 보이기 시작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넷째, 이러한 세 가지 용기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대 중국 협상전략을 수립하고, 중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장기적으로 강구하고 준비해 가야 합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기 시작하는 것 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대 중국 협상력은 비례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위의 세 가지 용기가 선순환 작용을 하는 시점이 되면, 중국과의 협상력은 수교 직전의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에 요약해서 답하자면, 호전될 것을 예상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중국에서 한중관계의 호전을 적극적으로 바라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행동으로 나오게 할 것인가가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기다리지 말고, 만들어가야 하며, 그 방법중의 하나가 바로 위에서 제가 제시했던 4가지 용기를 가지고 이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많은 방법들을 강구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한중관계를 호전시키기 위해 문재인대통령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바로 위에서 필자가 제시한 것입니다. “미래지향적인 한중관계를 위한 4가지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라는 제언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전통적인 4강 외교의 기본 틀에서 벗어나서, 인도·아세안·남미·중동지역으로 대한민국의 외교적 역량을 지금부터라도 ‘실천적’으로 넓혀가는 외교적 행보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여러 경로를 통해서 4강 외교에서 벗어나야 하며, 특히 특사 파견은 기존 4강은 물론이고, 인도특사, 아세안 특사, 남미 특사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형태로 진행되었고, 정말 우리가 해야 할 새로운 실천적인 외교를 이번 정부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는 한미동맹을 최 우선 순위로 놓고, 그 다음 순위에 있어서 중국에 국한하지 않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합니다. 저는 우리가 대외 전략에서 두 번째 우선 순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중국이 당연히 두 번째 우선 순위가 아니라, 이제는 러시아나 인도, 혹은 아세안이 두 번째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일본은 위안부 문제나 과거사 및 군함도 등의 징용문제 등으로 뒤로 미루어야 합니다. 세 번째에서 아마도 중국과 일본을 저울질 해도 되겠으며, 중국과 일본이 우리에게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즉, 중국에 대해 ‘No!’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지금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이러한 행보는 시작에 불과한 것이고, 이제 이를 위한 중장기적인 중견국 외교전략과 전술의 계획과 시행에 대한 로드맵을 완성하고 이를 ‘실천’해야 합니다. 한미동맹은 국가와 국민의 안보를 위한 기둥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경제문제는 매일 매일을 지탱해야 하는 생명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대중 의존도는 당연히 시급하게 낮추어야 하고, 보다 더 많은 지역의 중견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경제교류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즉, 한중관계의 개선을 위해서 한중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중관계의 소중한 가치와 그 볼륨만큼을 다른 국가와 다른 지역의 시장에서 만들어가야 합니다. 한중관계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며, 목적은 국가와 국민의 생활 유지를 위한 경제 규모 유지입니다.
아주 간단한 예로, 중국은 대략 많게는 30여개 국가가 이루어진 대국입니다. 하나의 성이나 자치구 혹은 대도시가 하나의 중등국가 규모를 이룰 정도로 중국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했던 인도·아세안·남미·중동 및 아프리카 시장을 새로 개척하고, 기존의 서구 시장을 좀더 발전시키는 방안이 30여개 국가 연합과도 같은 하나의 대국인 중국과의 양자관계를 대처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반대로 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결과물을 이루려고 했었다는 반성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한 국가와 관계를 잘 맺으면 20~30여개 국가와 우호관계를 맺는 효과가 있으니 중국이라는 한 나라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히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으로 한중관계를 발전시키면서 중국의 의존도를 의구심없이 높였습니다.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그 판단이 부메랑으로 의존도에 의해 사드 갈등 기간에 어려움을 자초한 결과였음을 반성해야 합니다.
쉽게 이루려 하지말고, 같은 효과를 위해 이제는 다른 지역의 시장 개척과 관계 개선에 집중해야 하고, 이것 역시 수단과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중국과의 한 나라와 성취하든, 아니면 여러 나라와의 종합이든 목적은 경제적 성과라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한중관계의 호전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한중관계의 볼륨과 가치를 나누거나 대신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오히려 한중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한중수교 25주년을 맞아 희망적인 전망은?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는 중국을 더욱 실망시킬 수 있는 제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냉정하게 우리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의 대 중국 협상력을 회복하거나 키우기 위한 전략과 전술인 것입니다.
사드갈등으로 지난 1년여 이상을 대국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중국에 대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현상유지’로 더 이상의 악화를 막는 소극적이고 방어적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현상타파를 추구하면 할수록 중국의 사드딜레마 카드 활용에 이용당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한중관계의 성공은 ‘정경분리’ 원칙이었습니다만, 이번 사드 딜레마에서는 이마져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민관분리’의 투 트랙 전술을 전개해야 합니다. 정부와의 관계에서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현상유지 전략을 펼치고, 민간 부문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공공외교’와 ‘민간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즉 민간 부문에서의 ‘상호 소통’을 통한 ‘상호 이해’를 높이고, 이를 통해 ‘상호 신뢰’를 쌓는 투 트랙 전략 전술을 펼쳐야 합니다.
셋째, 중국 정부에서 한국이 왜 중국의 국가전략 전개에 필요한 지를 고민하게 해야 합니다. 중국은 ‘일대일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지만, 주변국들의 반발과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서구 세력의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이 사드딜레마로 한국을 유용한 카드로 사용하듯이, 한국 역시 중국이 추구하는 이른바 ‘중국형 글로벌 리더쉽’ 전개에 있어서 한국의 가치를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감한 반대 표시도 그 중의 하나가 될 수 있고, 중국이 아니라 다른 국가에 더 집중하는 국가전략과 전술도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보문제에 있어서 한국은 한미동맹을 버릴 수 없듯이, 경제문제에 있어서 한국은 한중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하는 그 고정관념을 우리부터 깨뜨려야 하고, 특히 중국이 이를 알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신속하게 중국이 사드카드를 버리고 한국과의 협력을 요청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한중관계는 밀월의 시기를 보내왔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미래 지향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냉각기를 갖는 시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안보적 측면에서 한미동맹은 절대적인 가치동맹으로 대체할 수 없는 존재로 존재해야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한중관계는 이제 다양화, 주변화로 향해야 한다고 결심해야 합니다.
저는 올 초에 문 대통령께서 미국 방문에 이어, 반드시 중국을 방문할 필요가 없으며, 상황에 따라 오히려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고, 아베 총리를 올해 안에 초청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빠르면 내년도 중국 시진핑 2기 내각이 형성되고 2기 국가전략이 완성되는 3월 양회 이후인 4월이나, 5~6월이 대통령께서 중국을 방문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점이라는 느긋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연내에 반드시 북경을 방문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중국은 10월부터 차기 정부 구성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사드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인데, 구태여 우리가 서둘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냉각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이제는 한중관계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오히려 냉각기를 덤덤하게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한 때 입니다. 주변국에 집중하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면 낮출수록, 중국은 한국을 더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며, 그렇게 작은 나라가 아니라는 자긍심과 자신감을 갖는 것 역시 용기가 필요합니다. 한중관계의 현실을 보지말고, 한중관계의 미래를 보아야 하고, 그 미래를 위해 이제 우리는 한중관계의 냉각기를 즐기는 정도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필자 : 동아시아평화화연구원 김상순 원장, 차하얼학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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