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를 3.6%로 낙관하는 등 세계경제 흐름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회복세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발 리스크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등 대내외 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산업생산을 비롯해 내수와 소비도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한국경제는 생산 측면에서 나타난 경기둔화 조짐이 진정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견실한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대희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반도체 부문의 투자와 생산, 설비, 건설 등에서 경기회복세가 빠르게 올라온 올해 1분기 기저효과로 전체적인 조정과정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경제 성장률이 더딘 이유를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반도체 생산은 여전히 많지만,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줄었다"면서도 "석유정제와 전자부품, 디스플레이 등에서 생산량이 오르며 세계경제 상황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7월 전체 산업생산은 광공업생산을 중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늘었다. 광공업생산은 반도체(-13.0%)가 감소한 반면, 전자부품(10.7%)과 석유정제(8.0%) 등 다른 품목의 생산이 개선되면서 전월보다 0.1% 소폭 증가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전월 71.2%보다 높은 73.4%를 기록했다. 제조업 출하는 수출 출하를 중심으로 전월 감소(-0.2%)에서 0.5% 증가로 전환했다.
지난해 6월 말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기저효과로 승용차를 중심으로 내구재가 11.5% 상승하며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은 3.5% 늘었다. 비내구재는 1.0% 증가하는 데 그쳤고, 준내구재는 2.4% 감소했다.
민간소비와 관련이 높은 도소매업(1.4%)과 음식·숙박업(-4.3%) 등 서비스업 생산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치(100)보다 높은 109.9를 기록했다. 다만 가계생활형편과 경기에 대한 비관적 의견이 많아지며 전월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7월 설비투자지수는 전월 25.0% 증가했다. 이미 이뤄진 공사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불변)은 14.1% 늘었다. 토목부문 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건축부문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건설수주는 30.8% 감소했다.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견인하는 반도체 부문의 선행지표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고 KDI는 설명했다.
7월 수출물량지수는 0.1% 증가에 그쳤지만, 금액 기준으로 8월 반도체 호조로 17.4% 증가했다. 경상수지는 서비스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며 1년 전(84억1000만 달러)보다 축소된 72억6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정 연구위원은 "소비와 내수는 지난해 탄핵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정체된 모습"이라면서도 "1분기 경제성장률이 높았고, 정부가 추경으로 인한 지출을 늘릴 예정이어서 올해 경제성장률 3% 달성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가 3% 성장률 목표 달성에 목매기보다 서민의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올해 3% 성장률 달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성장률을 달성한다고 해도 청년층과 서민 삶의 질이 개선되긴 힘들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올해 하반기는 추경이 남았다. 전 정권에서도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하반기에 재정 절벽이 생긴 자리를 추경으로 메우며 평균 성장률 2%대를 기록한 것"이라며 "성장률 상승은 최저임금과 공무원 일자리 충원 등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정권이 이전 정권보다 나은 것은 정치적 위험이 해소되며, 현재가 아닌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소비심리가 개선된 것"이라며 "북한 핵실험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대내외 위험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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