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각 분야별 정책 결정권자의 ‘색깔’이 강하다는 우려는 오히려 깊어졌다는 평가다. 경제컨트롤타워가 제각각으로 움직이며 향후 일관된 경제정책 시그널이 아닌, 충분한 사전조율 과정 없이 흘러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임명 제청된 최홍식 내정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장하성 라인’으로 구분된다. 장 정책실장이 강하게 추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장하성 라인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차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홍장표 경제수석,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장하성 라인으로 분류된다.
반면 한국경제 ‘맏형’ 역할을 하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골수관료로 ‘변양균 라인’으로 분류된다.
또 임기가 반년가량 남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경우, 박근혜 정부 인사로 볼 수 있다. 한은이 독립성이 보장되는 기관임에도 이전 정부 경제부총리들과 ‘정책호흡’이 잘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정책, 기준금리, 금융감독 권한을 각각 가지면서 한국경제 3대 핵심축을 이루는 기관의 수장 배경이 각기 다른 셈이다.
한 관료는 “(각 경제수장들의)개성이 강하면 경제정책 결정과 집행이 오히려 힘들어질 수 있다”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맥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새 정부 들어 한국의 경제 컨트롤타워가 명확해지기보다 오히려 흐려지는 모양새다. 일부 부처는 당초 고수해온 입장이 뒤집히는 돌출발언이 나오거나, 정책추진의 가이드라인이 밖에서 정해지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였다.
김 부총리가 법인‧소득세, 부동산 보유세 등 조세정책 방침을 번복한 게 대표적이다.
또 문 대통령의 경제교사 중 한 명인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기준금리 등을 포함한 경제정책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도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튿날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보내기도 했다.
김 부총리가 장하성 사단 등 청와대 정책라인에 둘러싸여 소신껏 정책을 펼칠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경제컨트롤타워가 명확해지고, 여기에서 상호 조율된 메시지가 시장에 나와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경제학 교수는 “새 정부 초반이기도 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외부인사가 정책결정자가 되면서 사전에 시그널에 대한 충분한 조율이 부족했고, 이에 각자의 경제철학이 여과 없이 노출됐다”며 “개성이 강한 각 기관 수장들이 경제 컨트롤타워가 해야 할 역할을 좀 더 크게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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